[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63> 둥글게 사는 것이 잘사는 길이라고 한 고려 후기 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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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모가 나면 흠이 생기기 쉬우니, 수레바퀴처럼 둥글면 어딘들 못 통하겠는가. 내가 둥�E을 배워 한구석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저 험난한 길을 어찌 걱정하겠는가."
"무형자는 형상이 없는 데서 생겨났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서원(西原, 청주의 별칭) 정공권(鄭公權) 씨가 자신의 호로 삼고, 사는 곳을 원재라 하였다."(無形子以其生於無形, 故西原鄭公權氏自號之也·무형자이기생어무형, 고서원정공권씨자호지야) 정추가 형상 없이 둥글게 살려는 염원을 담아 자기 집을 '둥글게 사는 집'의 뜻인 '원재'로 삼고 위 문장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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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器之觚也, 易爲缺兮·기지고야, 이위결혜
“그릇이 모가 나면 흠이 생기기 쉬우니, 수레바퀴처럼 둥글면 어딘들 못 통하겠는가. 내가 둥�E을 배워 한구석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저 험난한 길을 어찌 걱정하겠는가.”
(器之觚也, 易爲缺兮. 轂之周也, 何所弗達兮? 荀予學圓兮, 不滯於一隅, 夫何險之足虞·기지고야, 이위결혜. 곡지주야, 하소불달혜? 순여학원혜, 불체어일우, 부하험지족우)
위 글은 고려 후기 문사인 정추(鄭樞·1333~1382)의 산문 ‘둥글게 사는 집의 명(銘)’(원재명·圓齎銘)의 끝부분에 나오며, ‘동문선’ 권49에 수록돼 있다.
그는 고려 후기 유명한 시인인 설곡(雪谷) 정포(鄭圃)의 아들로, 1353년(공민왕 2) 문과에 급제해 벼슬을 했던 문사이다. 신돈을 탄핵했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동래현령으로 좌천되기도 했다.
정추는 호를 무형자(無形子)와 원재(圓齎)로 썼다. 그는 위 산문 첫머리에 썼다. “무형자는 형상이 없는 데서 생겨났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서원(西原, 청주의 별칭) 정공권(鄭公權) 씨가 자신의 호로 삼고, 사는 곳을 원재라 하였다.”(無形子以其生於無形, 故西原鄭公權氏自號之也·무형자이기생어무형, 고서원정공권씨자호지야) 정추가 형상 없이 둥글게 살려는 염원을 담아 자기 집을 ‘둥글게 사는 집’의 뜻인 ‘원재’로 삼고 위 문장을 새겼다. 이처럼 두 가지 호를 통해 삶의 방침을 밝혔다.
‘노자(老子)’에 ‘큰 형상은 형체가 없다(大象無形·대상무형)’는 말이 있다. 또 ‘주역’에 ‘둥글어서 신묘하다(圓而神·원이신)’는 글이 있다. 그러니까 정추는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엮은 것이다. 고정된 형상에 얽매이지 않지만 굳이 형상을 원한다면 원을 택한다는 말이다. 인생을 둥글게 산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은 남들과 다툼 없이 화합하며 살고자 하나, 가만히 있어도 다리 걸고 뒷머리를 때리는 세상이지 않은가. 그래도 너그럽게 베풀며 살면 세상으로부터 받는 상처와 손해가 덜하다.
필자는 주로 오전에는 화개장터 다리 건너 화개버스터미널 옆에서 남동생이 운영하는 ‘쉼표하나’ 카페에서 글을 쓴다. 종종 카페 일도 봐준다. 그러면서 느끼는 건 세상에는 참으로 별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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