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핵심 이슈는 첨단 반도체 공장 유치… 세계서 475조원 몰려

장형태 기자 2024. 4.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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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도 트럼프도 “강력 지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인텔 오코티요 캠퍼스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왼쪽)와 휴 그린 인텔 공장장(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AFP 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천문학적 보조금을 앞세워 유치한 반도체 투자가 47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만 5만개가 넘는다. 본지가 9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의 투자 통계를 분석해 본 결과,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2021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기로 한 기업이 약속한 투자금이 총 3506억6200만달러(약 475조원)로 나타났다. 또 이들이 공장을 완공하면 5만3000명을 새로 고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에선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 유치가 핵심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8일 백악관 출입 기자단 브리핑에서 대만 TSMC가 미국에 투자금을 종전 4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약 88조원)로 늘린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첨단 반도체가 이곳 미국에서 생산된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15일엔 텍사스주에 약 44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삼성전자에 60억~70억달러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양인성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트럼프도 “(과거) 우리는 모든 칩을 자체 생산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해외에서 생산한다”며 자국 반도체 기업 지원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오하이오주 등 경합주 지역에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4월 2일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기업에 반도체 분야 보조금과 연구·개발(R&D) 비용 등 총 527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아 2022년 제정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성명에서 “미국은 반도체를 발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 세계 생산량의 40%에 육박하던 것이 10% 남짓으로 줄었고, 최첨단 칩도 생산하지 못하게 됐다”며 “나는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로 결심했으며, 정부 반도체 정책으로 첨단 칩 제조와 일자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 미 의회 관계자는 “고물가, 인플레 장기화 등으로 지지층도 불만이 많은 가운데 미국의 ‘첨단 기술 공급망’ 회복 등으로 정책 성과를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양인성

◇미 대선의 핫이슈, 반도체

본지가 미국반도체산업협회를 통해 미국에 새로 공장을 짓거나 증설 중인 내역을 보니 기업들이 투자하기로 약속한 금액만 3506억6200만달러(약 475조원)에 달했다. 인텔·마이크론 같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타국 반도체 기업을 포함해 70곳이 미국에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기업들은 미국 26주 87곳에 흩어져 5만2954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투자는 최장 20년에 걸쳐 이뤄질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이 뒤처졌던 첨단 공정 파운드리뿐 아니라 차량용 레거시 반도체, 장비, 소재 공장까지 망라한 역대급 반도체 공급망 투자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 굴기 핵심은 자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다. 인텔은 투자 기업 중 가장 많은 1000억달러(약 130조원)를 투자해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 네 주에 첨단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2027년까지 1.4나노 첨단 공정을 도입해 2030년까지 경쟁자 삼성전자를 역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D램 세계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도 뉴욕주와 아이다호주에 반도체 공장, 칩 디자인 센터, 연구개발 센터 등을 짓기 위해 2030년까지 350억달러(약 47조425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의 반도체 질서 개편에는 외국 기업들도 동참한다.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미국 각지에 수십조 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2~4나노급 첨단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투자금을 종전의 2배 이상인 440억달러(약 59조6000억원)로 확대한다. 추가 투자를 통해 첨단 반도체 생산 공장을 하나 증설하고, 첨단 패키징 시설을 지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8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가 다음 주에 삼성전자에 대한 60억~70억달러 보조금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3일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들여 첨단 패키징 공장과 AI 연구개발 시설을 신설하기로 했다.

◇주마다 혜택 앞세워 기업 유치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정부도 개별 인센티브를 앞세워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주별로는 애리조나(1011억1000만달러), 텍사스(854억6000만달러), 뉴욕(433억800만달러), 오리건(382억1600만달러), 오하이오(280억700만달러), 인디애나(60억9700만달러) 순으로 반도체 공장이 몰렸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서 2억500만달러(약 2762억원)를 지원받고, 용수 공급도 보장받았다. 애리조나주는 미국 최대 원전 단지가 있어 안정적 전력 공급이 용이하고, 땅값도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TSMC뿐 아니라 인텔도 이곳에 새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서 재산세 48억달러(약 6조4680억원)를 감면받았고, SK하이닉스도 9200억원에 달하는 인디애나 주정부 인센티브를 약속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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