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율형 공립고2.0’… 교육 격차 해소하고 지역 소멸도 막자
2023년 우리나라 합계 출생률은 0.72를 기록했다. 출생률 저하는 학령인구 감소를 유발하여 지역 교육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가속할 뿐 아니라,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출생률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으로 교육 문제와 정주 여건이 빠짐없이 언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수 지역이 인구 감소, 교육 공동화, 지역 소멸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힐 우려가 있다.
그간 교육계는 지역 교육 위기 해결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작금의 현실을 미루어 볼 때 오롯이 교육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였다. 학령인구 감소 및 지역 교육 위기를 극복하려면 교육청, 지자체, 대학, 산업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개방적인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는 지방 교육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교육이 구심점이 되어 지자체, 대학, 기업 등의 협력을 통해 지역 정주 여건을 개선하려는 자율형 공립고 2.0(이하 ‘자공고 2.0′)은 교육을 통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려는 시의적절한 시도로 눈여겨볼 만하다.
자공고는 일반고 경쟁력 제고를 통해 지역 간·계층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자 2009년 도입되었다. 주로 교육 환경이 낙후하거나 교육 혁신 의지가 강한 학교 등을 대상으로 학교 운영,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수업을 개선하는 등 공립학교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반고와의 차별성이 점차 없어지고 그 수도 줄어들었다.
자공고가 내실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고교 학점제, 인구 감소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혁신,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수학습(敎授學習) 고도화 등을 통해 지역 교육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도심과 농·산·어촌 소외 지역 교육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교육청, 지자체, 대학, 기업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유형의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자공고 2.0은 학교, 지자체, 기업, 대학 등의 협력을 통한 선도적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공고 2.0은 다양한 지역 맞춤형 교육과정과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학교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조화롭게 추구함으로써, 더 나은 고등학교 교육을 받기 위해 지역을 이탈하는 학생들에게 ‘지방에서 공부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지역 발전을 위한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인접 지역에 기업과 연구기관이 위치하는 학교의 경우,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약을 체결하여 교육과정을 전면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AI 및 데이터 사이언스, 모빌리티 관련 특화 과목을 개발하고, 산학 융합형 또는 과학 중점형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대학 진학 및 협약 기관 취업으로 이어지는 지역 정주 선순환의 고리를 창출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지역 내 대학과의 협약을 통해 고교-대학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학 내 전문 인력을 활용해 학생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해 교수-교원-대학생-고교생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단편적 예시일 뿐이지만, 자공고 2.0의 혁신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29일 공모를 통해 고교의 자율적 아이디어를 발굴, 전국 40개교를 자공고 2.0 시범 학교로 지정했다. 자공고 2.0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학사 관리, 교원 인사, 예산 등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기본 조건이다. 또한 세부적인 협약 내용과 방법 등에 대한 제도가 추가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자공고 2.0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과감한 혁신을 추구하며 지방 소멸, 인구 감소 시대 우리나라 고교 교육의 새로운 모델이자 공교육 선도 모델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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