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최고의 조미료 ‘숯’
화사한 봄꽃이 피어나니 캠핑장 예약이 더 어려워졌다. 본격적인 캠핑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아직은 쌀쌀한 저녁에 모닥불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에도, 토치로 불 쇼를 벌이며 숯불을 직접 피우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십여 분씩 뒤적거리며 가열해야 해서 열원으로 쓰기에는 부탄가스나 장작보다 효율이 떨어지지만 다들 숯을 붙잡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나무를 무산소 환경에서 탄화시킨 숯은 거의 순수한 탄소의 형태라서 원료인 장작보다 훨씬 높은 온도로 올라간다. 숯이 내는 고온은 고기와 채소 겉면의 아미노산과 당을 변화시켜 감칠맛 성분이 늘어난다.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한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고기는 마이야르 반응으로 인해 실제로 더 맛있어진다.
또한 숯 그릴은 상·하단이 모두 개방된 상태라 음식이 가열되며 빠져나온 수분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뜨거운 숯에 부딪혀 다시 기화된다. 지방, 당분, 아미노산 등이 함유되어 있는 이 연기는 다시 고기에 달라붙어 맛과 향을 낸다. 특히 지방은 이러한 향미 화합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고기에 미리 오일 등을 발라서 구우면 효과가 더욱 좋다. 다만 연기가 너무 심하게 나면 쓴맛이 날 수 있으니 굽기를 조절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높은 온도와 식재료 자체의 향미 화합물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숯불로 인한 맛의 증가에는 목재의 유기고분자인 리그닌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물질인 과이어콜(guaiacol)이 한몫한다. 고소한 ‘불향’을 내서 고기가 베이컨처럼 느껴지게 하는 물질이다. 숯을 만드는 탄화 과정에서 리그닌이 일부 소실되기 때문에 숯불 위에 나무 칩을 한 줌 뿌리면 더 맛있는 훈연 향을 느낄 수 있다.
요리에 숯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네안데르탈인 시기부터이니 숯불구이는 거의 인류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초기 호모 사피엔스의 요리 흔적에서도 숯의 잔해가 발견된다. 캠핑 가서 숯이 새하얀 재로 뒤덮일 때까지 가열할 때 숯불의 효과를 떠올려 보자. 미각으로 증명되는 확실한 맛의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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