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6] 인생 퍼즐의 가장자리까지 잘 맞추려면
3월, 정신 차려보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모가 되었다. 첫째를 학교 교문에 8시 30분까지 데려다주고 여섯 살이 된 둘째와 함께 마을버스를 기다린다. 마을버스를 타고 도착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면 가방 세 개 중 두 개가 사라져 남은 배낭을 메고 커피숍으로 간다. 아메리카노와 디저트 하나를 주문한 뒤 일을 시작한다. 독서, 글쓰기, 신문 읽기 같은 것을 하고, 글쓰기연구소 업무를 본다. 오후 3시 30분. 다시 배낭을 들고 아이 둘을 데리러 간다. 둘을 데리고 와서 애들이 간식과 저녁을 먹는 틈틈이 나는 온라인으로 수업과 줌 회의를 진행한다. 다시 아침이 오면 잽싸게 문을 열어서 현관 앞 반가운 회색 뭉치를 거실로 들고 온다. 주말에는 종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나는 하루하루 퍼즐을 맞춘다. 내 하루는 수많은 퍼즐 조각으로 맞춰지고, 1년, 10년 단위로 큰 퍼즐이 맞춰지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내게 아주 중요한 퍼즐 조각이다. 가장 가운데에 있는 퍼즐이랄까. 가운데를 중심으로 채워진 퍼즐 조각은 안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공간이 채워졌다고 내 퍼즐이 모두 완성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이 엄마로서가 아닌, 분명히 다른 나도 존재하니까. 퍼즐을 모두 채우고 발전하기 위해 나는 절실하게 틈만 나면 가방에서 종이 신문을 꺼내 읽는다. 신문 읽기는 밥도 반찬도, 커피도 나오지 않지만, 분명히 내 눈알을 굴려서, 생각하면서 읽는 내 퍼즐 조각이다. 그 퍼즐 조각은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면서 다른 옆 조각들, 내가 지금 하는 업이나 아이를 키우는 일에 도움을 준다. 신문을 읽을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생기고 결국 내 퍼즐의 빈 곳도 채워진다. 멀리서 봐야 채워지는 것들. 퍼즐의 가장자리.
아이를 데려다주고 마을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오는 길. 나는 버스 안에서 내가 죽고 난 뒤 가는 저승길을 자주 상상한다.
205007번님, 어서 오세요. 김지우님이신가요? 아뇨, 전 김필영인데요? 그런데 왜 김지우님의 인생을 사셨어요?
죽고 난 뒤 내가 내 인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잘못 살았다고 저승길 체크인 담당자가 말하는 상황. 적어도 누군가의 신발을 실수로 신고 집으로 가거나, 누군가의 우산을 내 우산이라고 착각해서 집에 들고 가는 것보다는 큰일 아닐까. 무엇보다 조금, 아니 많이 슬프지 않을까. 내 퍼즐 판은 텅텅 비어있고, 나는 없고, 내 인생도 없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205007번님. 김필영님이시죠. 필영님은 정말 자기 마음대로 사셨네요. 그래도 자신의 삶을 사셨군요!
버스 안에서 작게 접은 신문을 펼친다. 오늘도 오늘의 퍼즐을 맞춰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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