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잇따른 동물 도로 출현
대학 졸업반 때 중앙도서관 열람실에서 읽었던 소설이 생각났다. 루마니아 출신 외젠느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다.
작품은 한 가정의 일상사를 담았다. 영국인 스미스 부부가 등장한다. 스미스 부인은 저녁에 먹은 수프, 생선, 감자튀김 얘기, 국에 소금을 너무 많은 넣은 얘기 등을 쏟아붓는다. 스미스는 난파 당한 배의 선장처럼 환자와 함께 죽어가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주장한다. 초인종이 울리지만 바깥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코뿔소 한 마리가 집 안으로 들이닥친다.
최근 경기도에서 동물 도로 출현이 잇따랐다. 지난 1일 오전 11시40분께였다. 경부고속도로 안성 부근에서 송아지가 고속도로에서 차량들 사이를 질주(본보 1일자 6면)했다. 송아지는 차로 사이를 넘나들며 부산 방면 도로를 역주행해 9㎞ 남짓 거슬러 올라갔다. 차량들은 황급히 속도를 줄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송아지가 있는 차선을 일시적으로 차단, 로프 등을 활용해 신고 50여분 만인 낮 12시30분께 포획했다. 송아지는 안성IC 인근 농장에서 탈출해 안성IC 진입 램프 구간을 지나 고속도로 위로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성남 중원구에 갑자기 타조가 나타나(본보 3월27일자 6면) 도로를 뛰어다녔다. ‘타돌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이 타조는 인근 생태체험장을 탈출해 도로 위 차량 사이를 50여분 달리다 포획됐다. 타돌이는 지난 2020년 7월 생후 1년도 안 된 새끼 때 해당 생태체험장으로 분양돼 생활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또래 암컷 타조인 ‘타순이’와 함께 분양돼 같은 우리 안에서 생활해 왔으나 최근 타순이가 세상을 떠나면서 한 달여간 홀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다. 마침 소설 ‘대머리 여가수’에서도 주인공들은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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