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비대면 진료… 규제 풀자 신청 6배 늘어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2월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자, 비대면 진료 건수가 이전보다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 공백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가 경증 환자들의 진료를 담당할 수 있고, 그 수요도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통해 의사에게 원격으로 진료받는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 모두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비대면 진료 5.5배 늘어
9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가 굿닥·나만의닥터·닥터나우·솔닥 등 환자와 의사의 비대면 진료를 연계해 주는 4개 업체의 이용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 3월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는 15만5599건이었다. 재진 환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던 작년 11월의 2만3638건에 비해 약 5.5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이슬 원산협 공동회장은 “대형병원에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중소형 병원이나 의원으로 환자가 몰려 진료를 받기 어려워지자, 경증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는 2020년 코로나 초기 정부가 ‘심각’ 단계의 위기 경보를 발령하면서 허용됐다. 당시엔 초·재진 구분 없이 모든 환자가 비대면으로 진료를 볼 수 있었고, 처방받은 약도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 경보 단계가 하향된 지난해 6월부터 정부는 ‘시범사업’의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운용하고 있다. 진료 대상이 재진 환자 중심으로 제한됐고, 섬·벽지 외의 약 배송도 금지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야간·휴일에 한해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고, 지난 2월 의정(醫政)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길어지자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끝날 때까지 모든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모두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시범 사업 결과를 토대로 질환·진료 범위, 약 배송 등 국민 불편 사항을 해소해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대면 진료 범위를 의원급 의료기관, 재진 환자 등으로 제한하고 플랫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방향은 다르지만 비대면 진료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겠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가 오진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대면 진료의 보조적인 역할로 제한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제도화에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 큰 병원으로 환자가 쏠려 동네 병원이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약 배송은 아직
의료계의 반대에도 비대면 진료를 더 확대해 현재 금지된 약 배송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코로나 시기와 달리 지금은 비대면 진료를 받아도 약을 받기 위해 직접 약국으로 가야 한다. 이런 불편 때문에 실제로 지난 3월의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는 약 배송까지 가능했던 작년 5월(28만6975건)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 그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약 배송으로 인한 오남용 문제가 드러난 것이 없는데 비대면 진료는 허용하고 약 배송은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시범 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편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언급했지만, 의약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 비대면 진료 업체 대표는 “약 배송까지 허용하는 시범 사업이라도 진행해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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