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의 '화려한 부활' 김재환, 클러치 상황에서 좌중간 스리런포 '작렬'→..."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될 것"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노찬혁 기자] "제 느낌은 나쁘지 않으니까 더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김재환은 9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김재환은 경기 초반 좋지 않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1회 말 김재환은 1사 1, 3루 상황에서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김재환은 한화 선발 산체스의 초구를 받아쳤지만 타구는 2루수 쪽 땅볼이 됐다. 김재환은 4-6-3 병살타로 물러나며 첫 번째 찬스를 놓쳤다.
두 번째 타석과 세 번째 타석에서 각각 삼진, 1루수 땅볼로 아웃된 김재환은 두산이 2-3으로 뒤진 7회 말 1사 1, 2루 찬스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김재환은 한화의 네 번째 투수 김범수의 초구를 지켜봤고, 대주자로 2루에 투입된 조수행은 도루로 3루까지 들어갔다.
김재환은 1회 말과 똑같이 1사 1, 3루 찬스를 맞이했다. 이번에는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김재환은 볼카운트 1B에서 김범수의 2구째 148km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김재환의 홈런으로 두산은 5-3 역전에 성공했다.
김재환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수행이의 역할이 컸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서 외야 플라이만 쳐도 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사라졌다. 수행이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고, 부담 없이 들어가서 가볍게 쳤던 게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오랜만에 보는 김재환의 좌측 홈런이었다. 김재환은 지난 시즌 10개의 홈런을 때려냈지만 밀어쳐서 담장을 넘긴 경우는 단 한 번이었다. 그만큼 당겨치는 타구의 비중이 높았다는 뜻이다. 올 시즌에도 4개의 홈런 중 아직까지 밀어친 홈런은 단 한 개지만 타구의 분포가 골고루 퍼지고 있다.
김재환은 "아직까지 하나이기 때문에 또 앞으로 이렇게 하다 보면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독님 생각이랑 똑같다 할 정도로 그쪽으로 힘 있는 타구가 나와주고 있는 게 오히려 저한테는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 말하기에는 좀 섣부르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제 느낌은 나쁘지 않으니까 더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주 두산은 우울한 한 주를 보냈다. SSG 랜더스에 주중 3연전 시리즈를 모두 내준 두산은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주말 3연전을 펼쳤다. 첫 경기를 가져가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토요일, 일요일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위닝 시리즈를 내줬다. 이날 경기에서 두산은 1-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홈런 두 방으로 단숨에 뒤집는 데 성공했다. 두산은 한화에 역전승을 거두며 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김재환은 "지난주 사직 경기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고 오늘도 이렇게 그냥 경기가 흘러갔다면 오히려 더 좋지 않은 영향이 끼쳤을 것 같은데 나름대로 제 홈런이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서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1988년생의 김재환은 2008년 2차 1라운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김재환은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홈런 타자 중 한 명이었다. 2018년에는 139경기에서 무려 4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왕과 타점왕에 등극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KBO리그 MVP와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손에 넣었다. 이때의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에도 승선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승선해 6경기 타율 0.348 1홈런 6타점을 올리며 우승을 견인했고, 2019년에는 WBSC 프리미어 12에 출전해 준우승까지 경험했다.
그러나 이때를 기점으로 김재환의 파괴력은 줄어들었다. 2020시즌 타율 0.266으로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 중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했고 2021시즌부터는 홈런도 30개를 넘기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시즌에는 타율 0.220 10홈런 46타점으로 커리어 로우를 기록했다. 두산의 우승을 위해서는 김재환의 부활이 절실하다.
김재환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지만 그거에 신경을 덜 쓰고 의식하지 않으려고 지금 나름대로 포커페이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주시는데 거기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어가다 보면 내가 경직될 수도 있으니까 타석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김재환은 "사실 이 얘기는 정확히 9년, 10년째 캠프 갈 때마다 '너가 치면 끝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그래도 못하는 것보다 좋으니까 좋게 생각 중이다. 아무래도 제가 아직은 두산이라는 팀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환은 절치부심 올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겨울 미국까지 건너가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와 타격폼을 조정했다. 올 시즌 초반 김재환은 강정호 스쿨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4홈런을 때려내며 지난 시즌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홈런을 15경기 만에 기록했다.
김재환은 "그래도 땅볼보다는 좀 더 레벨스윙을 한다는 느낌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 같다. 지난 가을부터 감독님이랑 했을 때부터 사실 전년도에 수술하면서 캠프 준비도 늦어졌고, 캠프를 가면서 뭔가 시즌 준비에 있어서 차질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쉬는 기간을 적게 가져가다 보니까 그게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강정호 코치와 연락을 하긴 한다. 맞지 않을 때에는 먼저 답답해 하기도 하고, 마음이 급한지 연락을 하기도 하고 가끔씩 피드백도 해주고 있다. 이렇게 홈런을 친 날은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목요일 선발 투수로 류현진이 나올 예정이다. 김재환은 류현진과 같은 인천 지역 출신이다. 그러나 고교시절 단 한번도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다. 김재환은 "사실 저도 궁금하다. 같은 지역 출신이고 한 살 후배인데 그때도 플래툰으로 나갔기 때문에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사실 중학교 때는 한번 붙었는데 현진이형의 기억이 강했다. 지금도 커브가 좋지만 그때도 커브는 머릿속에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