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5' 바르샤-PSG 7년 전 UCL의 추억... 이강인, 새 역사 함께한다
이강인의 소속팀인 프랑스 리그1의 '절대강자' 파리 생제르맹(PSG)이 스페인 라리가의 명문클럽 바르셀로나와 대결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두를 달리는 아스널은 김민재가 뛰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클럽 바이에른 뮌헨과 만난다.
UCL 최다 14회 우승에 빛나는 스페인의 강호 레알 마드리드는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3년 연속 격돌한다. 또 하나의 8강전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의 경쟁이다. 저마다 사연을 안고 있다.
특히 이강인의 소속팀으로 더욱 관심을 끄는 PSG와 바르셀로나의 UCL 8강전 격돌은 7년 전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른바 '라 레몬타다(la Remontada)'이다. 스페인어로 '재기, 복귀'를 뜻한다. 스포츠, 특히 축구에서는 '역전'을 의미한다. 그것도 절대 불리한 상황을 뒤집는 '대역전극'을 이르는 말이다. 7년 전이던 2016~2017 UCL 16강전에서 두 팀이 만나 대격돌을 벌였을 때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PSG는 2017년 2월 14일 열린 2016~2017 UCL 16강 홈 1차전에서 앙헬 디 마리아의 멀티골과 율리안 드락슬러, 에딘손 카바니의 추가골을 더해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앞서 2012~2013시즌과 2014~2015시즌 UCL 녹아웃 토너먼트에서 두 차례 맞대결해 모두 패한 아픔을 씻어낼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그리고 3주 후인 3월 8일 바르셀로나의 홈경기장인 캄프 누(Camp Nou)로 장소를 옮겨 2차전이 열렸다. 9만 6290명의 구름 관중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대역전극은 후반 43분부터 본격적으로 연출됐다. 네이마르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절묘한 프리킥 골을 폭발했다. 손흥민이 지난 2월 2일 호주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연장전에서 터뜨린 프리킥과 비슷한 장면이었다. 네이마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후반 46분 수아레스가 얻어낸 페널티킥마저 성공시켰다. 2차전 스코어는 5-1, 합계 점수 5-5로 균형을 이뤘다.
이어 후반 50분 세르지 로베르토가 '극장골'을 터뜨렸다. 바르셀로나가 1차전에서 0-4로 패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고 합계 점수 6-5로 대역전을 이뤄냈다. '라 레몬타다'를 탄생시킨 순간이었다. 바르셀로나는 8강전에서는 유벤투스(이탈리아)에 합계 점수 0-3으로 져 탈락했다.
두 팀의 UCL 격돌은 2020~2021시즌 16강에서 다시 벌어졌다. PSG는 네이마르의 부상 결장에도 원정 1차전에서 킬리안 음바페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4-1로 승리했고, 홈 2차전에서 1-1로 비겨 합계 점수 5-2로 8강에 오르면서 4년 전의 큰 아픔을 설욕했다. '대역전'의 역사는 없었다. 이 경기는 메시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UCL 무대였다. 그 뒤 네이마르처럼 PSG에 입단했다.
PSG와 바르셀로나의 UCL을 둘러싼 묘한 인연이다. 이번 8강전에서는 또 어떤 역사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PSG는 3년 전의 승리를, 바르셀로나는 7년 전의 짜릿한 '라 레몬타다'를 다시 한 번 떠올린다.
PSG는 리그1 절대 강자로 입지를 굳히면서 '빅클럽'으로 위상을 드높여가고 있지만, UCL에서는 한 번도 챔피언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2019~2020시즌 단 한 차례 결승에 진출해 바이에른 뮌헨에 0-1로 져 준우승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공격의 핵인 음바페가 이적하기 전에 갖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PSG가 UCL에서 첫 우승에 성공하면 지난 시즌 우승팀 맨시티처럼 '트레블'도 가능하다. 2023~2024 리그1에서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3연패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지난 4일 홈 구장인 파르크 데 프린스에서 열린 2023~2024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컵) 준결승에서 스타드 렌을 1-0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해 있다. 다음달 26일 열리는 결승전 상대는 발랑시엔을 3-0으로 완파하고 올라온 올림피크 리옹이다. PSG는 프랑스컵 최다 우승팀(14회)이다. 2020~2021시즌 우승 이후 3년 만에 결승에 올라 15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3관왕이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맨시티와 레알 마드리드의 UCL 8강전은 '신-구 빅매치'다. 레알은 역대 최다인 14회 우승을 자랑하는 전통의 명문클럽이고, 맨시티는 지난 시즌 처음으로 챔피언에 오른 새로운 강자다. UCL의 '고인물'과 새로운 강호의 대결이다.
두 팀은 앞선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 연속으로 준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3년 연속 마주하는 이번 시즌에는 그보다 한 단계 먼저 만나게 됐다. 2022~2023시즌 준결승 때는 맨시티가 합계 점수 5-1로 이긴 뒤 UCL 첫 정상까지 오르면서 '트레블'을 달성했고, 2021~2022시즌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연장전 끝에 합계 점수 6-5로 승리한 뒤 통산 1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과 아스널은 2016~2017시즌 UCL 16강전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당시에는 뮌헨이 합계 점수 10-2로 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아스널은 2005~2006시즌 한 차례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한 것이 UCL 최고 성적이다. 첫 우승 도전이다. 4강 진출도 2008~2009시즌까지 두 차례에 불과했고, 8강 진출도 이번이 2009~2010시즌 이후 14년 만이다. 아스널은 이번 시즌 EPL에서 선두 경쟁을 펼치며 2003~2004시즌 우승 이후 20년 만의 정상 탈환과 함께 '더블(2관왕)'을 달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UCL에서도 비슷한 처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는 준우승만 세 차례(1974, 2014, 2016년)했을 뿐 아직 정상에 서지 못했다. 1973~1974시즌 결승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에 우승컵을 내줬고, 2013~2014시즌과 2015~2016시즌 결승에서는 연거푸 연고 지역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에 막혔다. 도르트문트는 1996~1997시즌 한 차례 UCL 챔피언에 오르고, 2012~2013시즌에도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그 뒤로는 10년 동안 4강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는 '무패 행진'의 바이어 레버쿠젠과 바이에른 뮌헨, 슈투트가르트에 밀려 4~5위를 오가고 있다. 다음 시즌 UCL 진출권이 걸린 4위를 지켜내는 데 힘을 쏟는 처지다.
두 팀은 UCL 무대에서는 '언더독'에 가깝다. 그래서 '반란'을 꿈꾼다.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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