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 기획] 선방심의위 법정제재 18건 '역대 최다'… MBC 11건, 종편 0건

박재령 기자 2024. 4. 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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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건 중 16건이 공정성·객관성 심의…주관적·자의적 판단 우려
정부 비판 보도 집중 심의에 "언론 탄압", "위원들 책임질 수 있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사진=Gettyimagesbank

임기를 약 한 달 남겨둔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주요 방송사 대상 역대 최다 법정제재를 기록했다. 역대 2번밖에 없었던 '관계자 징계'가 12회 나오는 등 제재 수위도 전례 없이 강하다. 공정성·객관성 심의가 반복되고 중징계가 정부 비판 보도에 몰리자 방송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심의'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1차 회의를 시작한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지난 4일 13차 회의까지 총 18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법정제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중징계'에 해당한다.

2008년 선방심의위 출범 이후 보도 기능이 있는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대상 최다 법정제재다. 심의 내역을 종합하면 총선 선방심의위는 △18대 2건 △19대 0건 △20대 14건 △21대 2건으로 평균 4.5건을 기록했다. 대선 선방심의위의 경우 △18대 17건 △19대 3건 △20대 2건으로 나타났다.

제재 수위 역시 가장 강하다. 선방심의위 법정제재는 낮은 순부터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또는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등 단계로 구분되는데 가장 강한 수준인 '관계자 징계'가 22대 총선 법정제재 18건 중 12건에 달한다. '관계자 징계'를 결정한 전례는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1건과 20대 총선 1건 등 2건뿐으로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관계자 징계'는 방송사 방송평가에 높은 벌점을 부과하는 데다 방송 담당자를 징계해야 하는 이중 제재 성격이 있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법정제재 내역. 18건 중 16건이 공정성 객관성 심의다. 그래픽=이우림.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특정 방송사에 제재가 몰린다는 점도 특징이다. 13차 회의 기준 선방심의위는 MBC 11건(관계자 징계 8건), 지역MBC 2건(관계자 징계 1건), CBS 2건(관계자 징계 2건), YTN 2건(관계자 징계 1건), 평화방송(CPBC) 1건을 의결했다. 반면 같은 기간 TV조선, 채널A 등 종편4사는 법정제재를 받지 않았다. 종편에 제기된 30건의 민원 중 '문제없음'이 14건이었다.

[관련 기사 : 선거방송 법정제재 MBC '11건', 종편4사 '0건']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김종배의 시선집중', '박재홍의 한판승부',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등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 대부분이 라디오였고 정부·여당 비판 내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에 대해 패널 불균형 등 방송이 공정성·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위원들의 주장이 반복됐다. 지역MBC를 제외한 법정제재 16건이 공정성·객관성 심의였다.

공정성·객관성 조항은 주관적 심의가 가능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심의가 줄어들던 추세였다. 앞선 총선 선방심의위 제재 내역을 보면, 여론조사 보도 기준, 후보자 출연이 제한된 방송의 출연, 사실보도 등을 위반한 내용 없이 공정성·객관성 위반으로만 법정제재를 내린 건 18대 총선(2건)과 20대 총선(5건)밖에 없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 제재 확정 패소 내역.

특히 공정성 조항의 자의적 적용은 법원이 제동을 건 전례도 많다. 지난해 10월 미디어오늘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송 패소 내역을 분석한 결과 8건의 확정 패소 중 5건에 '공정성' 조항이 있었다. 예컨대 2012년 쟁점이 된 현안에서 정부 비판 입장만 내보내 제재를 받은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관련 판결에서 법원은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관련돼서는 민주주의 유지 및 발전, 알 권리 보장 측면이 더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방통심의위, 소송 완패 8건 중 6건 '정치심의'였다]

선거와 무관한 안건까지 다뤄 '월권' 심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 특별법', '양승태 사법농단' 등 선거와 직접적 관련 없는 사안에 심의위원들이 개인의 해석을 덧붙여 심의에 반영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범죄 혐의가 중한 것처럼 방송해 프로그램이 편향됐다는 민원(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이 제기되자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명품백 수수 의혹은) 어떤 성직자가 와서 가방을 하나 두고 아버지 이야기를 한다. 거절하기 힘든 성질이 있다”며 “이건 여성에 대한 테러고 모든 성직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한 뒤 중징계 의견을 냈다.

방송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관련 방송으로 의견진술에 나온 MBC 제작진은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런 식이면 모든 방송을 다 선방심의위에서 심의할 수 있다”고 항의했다. CBS 제작진도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의혹 관련 보도를 선방심의위가 심의하자 “방심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지금 왜 선거방송에 저촉되는지 저희로선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항변했다.

[관련 기사 : 이태원 참사·김건희 특검 보도가 선거방송?… 선거심의 월권 논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위원 구성을 주도하는 방심위가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를 점하는 구조가 극단적으로 악용된 사례다.

선방심의위는 대한변호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교섭단체 정당이 1명씩 위원을 추천하고 이외에는 방심위 상임위원들이 위원을 추천할 시민단체, 언론단체, 방송단체, 언론학계 등을 선정한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일방적으로 추천단체를 정했다. 추천단체도 전과 달리 처음으로 방송 관련 협회가 아닌 TV조선을 지정하는 등 일방적으로 교체해 야권 추천 방심위원들이 추천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새롭게 위원 추천단체로 지정된 한국방송기자클럽은 위원이 임기 중간에 교체됐는데 이후 방송사들에 대한 징계 수위가 더 강해졌다. 이전보다 강경한 입장의 보궐 위원이 오면서 CBS, 평화방송 등 법정제재를 받는 방송사들이 다양해졌다. 방송사들은 “교체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항의했다.

[관련 기사 : 역대 최다 선거방송 중징계 뒤엔 미심쩍은 '위원 교체']

▲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에서 열린 선방심의위 규탄 기자회견. 사진=박재령 기자

지난 4일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방송사들은 심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균형성을 맞추려 노력하는 것이지 그 부분만 딱 잘라서 편파성을 이야기하면 안 걸릴 프로그램이 없다. 그럼에도 유독 MBC, CBS, YTN 등 정권 비판 보도하는 언론사에만 집중 심의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중호 언론노조 CBS지부장은 “저희들이 보기엔 사실상 '선거방송금지위원회'”라며 “이 기준대로라면 종편, 보수 방송사들 할 것 없이 모두 방송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군사정권 시절에도 이런 기준을 대면서 방송사를 탄압한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원용진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명예교수는 “공정성·객관성 등의 개념은 학술적으로 굉장히 어려워 어떤 것도 합의를 이루고 있지 못하다. 항상 논란이 되는 부분이라 이 판단에 대해선 고도의 전문 지식과 철저한 논리를 동반해야 한다”며 “그런 내용을 전문성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쉽게 쉽게 결정을 내린다. 결국 자신의 성향과 정치적 지향점으로 공정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용진 교수는 “법정제재는 나중에 방송사가 없어질 수도 있는 굉장히 큰 사안이다. 나중에 재허가를 받을 때 이 법정제재로 어떤 결과가 초래된다면 이 비상임 위원들이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며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심의위원들에) 왜 그렇게 하셨는지 물었을 때 어떤 전문성과 논리를 가지고 그렇게 (심의를) 했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책임지는 것인데 지금 논리로는 제대로 대답을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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