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날짜 확정됐다” 폭탄발언한 ‘이 남자’...의도된 전술이라는데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4. 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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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넘게 이어지는 전쟁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자지구가 또다시 운명의 갈림길에 놓였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대부분 철수하는 등 휴전이 임박한 분위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라파 공격 날짜가 확정됐다”는 폭탄 발언을 하면서다. 다만 국내외의 휴전 압박과 현재 이란 등과의 확전 위험을 고려하면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네타냐후의 국내 지지기반인 극우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하마스와의 협상 막바지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8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을 통해 이집트 카이로 협상에 대한 세부 보고를 받았다고 언급한 뒤 “하마스 궤멸을 위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진입하겠다. 날짜가 정해졌다”고 말했다. 라파는 가자지구 최후의 피란처로 약 60평방킬로미터의 좁은 공간에 140만명이 머무르고 있어 이스라엘이 작전 수행을 감행하면 사상 최대 규모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라파의 인구밀도는 ㎢당 2만5000명으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발언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연설은 전날(7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남부에서의 철군 결정 이후 이뤄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극우 연합 파트너들이 ‘라파에 대한 공격을 끝내 하지 않는다면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없다’고 경고를 보내자 공격 날짜를 정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내부 지지 세력의 반발 목소리를 의식했다는 의미다.

하마스가 국제사회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인질 협상이 ‘여전히 보류 중’이라고 먼저 밝힌 다음이기도 하다. 앞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철군하고, 휴전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이집트의 국영 언론이 휴전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휴전 타결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가 하마스와 같은 태도로 대응해 휴전 막바지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미국과 국제사회의 유례없는 휴전 압박을 계속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에서 인도주의 보호·휴전 합 노력 정도 등에 따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정책이 전환될 수도 있다는 최후 통첩을 날렸다. 미 백악관은 아직까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프랑스와 이집트, 요르단의 지도자들도 라파 공격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이들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프랑스 르몽드 등 전 세계 4개 신문에 공동 기고를 냈다. 3국 지도자들은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가져올 위험한 결과에 대해 경고한다이러한 공격은 더 많은 죽음과 고통 만을 가져오고 가자 주민의 대규모 강제 이주와 역내 긴장 고조의 위험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들끓고 있는 반(反)정부 시위 역시 대규모 라파 작전 단행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스라엘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매주 주말 10만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즉각적인 인실 송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 이후 병력 이동 등 특별한 군사적 움직임은 관측되지 않는 상황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신병 대상 연설에서 인질 석방 가능성을 전쟁 성과로 들었다. 갈란트 장관은 “(전쟁이 진전되면서) 인질을 데려올 수 있는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 폭격 사태 이후 이란,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긴장감이 극에 달한 점도 이스라엘이 쉽게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서기 어려운 요인이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이란과의 전투를 대비해 전군 휴가를 취소했으며 레바논 접경지대 인근에는 주둔 병력을 늘렸다. 게다가 이란은 ‘보복 자제’ 요건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휴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이 아닌 라파 공격을 택할 경우, 중동 전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 철수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가자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이스라엘은 가자 전역에서 소규모 작전을 계속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는 지속적인 휴전과 라파에 대한 대규모 지상전 사이의 어느 중간 지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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