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의회, '갑질·막말', '공사 강요' 이어 예산 삭감 '논란'
[아이뉴스24 임승제 기자] '갑질·막말', '수의계약 강요' 혐의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공분을 사고 있는 경남 의령군의회가 이번에는 명분 없는 예산 삭감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직 사회는 물론 지역 청년·농민 단체 등의 강한 반발로 의회가 한바탕 곤욕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의령군의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당초 추경 예산안 373억원 중 약 23.7%에 해당하는 88억원을 삭감하는 추경경정예산액을 제출했다.
이날 오민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분야별로 타당하고 실효성 있게 편성됐는지 검토했고 또 낭비적이거나 불필요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는지 면밀히 심사했다"고 삭감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집행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즉각 "집행부 발목잡기"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는 이날 오후 긴급 회의를 소집해 "의령군민을 볼모로 삼는 예산 삭감 행위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의회에서 자행됐다"며 "긴급현안 사업비를 삭감하는 것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의령군은 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군수는 "이번 추경 예산은 군민들이 오랫동안 불편함을 감내한 숙원사업이 다수다"라며 "군민들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죄송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또 "군민의 삶을 지키고 의령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에서 군의회가 '발목잡기'로 군민 불편을 가중했고, 빨간불로 군정 운영을 막았다"면서 군의회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앞서 의령군의회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추경 예산안을 심사하고, 이날 본회의에서 373억원 가운데 약 23.7%에 해당하는 88억원을 삭감했다. 이번 조정 규모는 최근 여섯 번의 추경 예산안 평균 조정 비율인 0.83%의 2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이번 삭감 예산안에는 군의원들과 함께 13개 읍면 전역에서 진행한 '군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주민 편익 사업과 재산·생명보호 등 주민 안전 예방 사업으로 군민들의 의견을 들여 편성한 사업비 18억 9500만원도 포함된다. 하지만 군의회는 이번 추경 예산안 심사에서 '불요불급'이라는 사유로 전액 삭감했다.
이에 의령군은 "주민들의 편익이 기준 돼야지 '불요불급'이라는 군의원들의 판단이 왜 우선시 되는 것이냐"며 "군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주민들의 절절한 요구를 군의회가 걷어찼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칙과 상식 없는 예산 심사 결과로 긴급한 안전 예산과 민생예산 집행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유감을 표했다.
또 이번 예산 삭감으로 오태완 군수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청년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사업 추진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게 의령군의 공식 입장이다.
군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 현실을 돌파하고자 칠곡면 일대를 청년 특구로 조성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청년 소통 공간인 '청년만개' 개소식을 열고 청년들의 기대감을 충족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10억원을 지원 받았으며, 군의회는 국‧도비가 확보된 이번 예산도 전액 삭감해 확보한 국‧도비를 모두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역시 삭감된 부림봉수농공단지 복합문화센터 건립도 같은 이유다.
이 같은 국·도비 예산삭감은 '군비 매칭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 의령군의 신뢰도가 떨어져 향후 국·도비 확보 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오 군수는 자주 재원이 부족한 지역 현실을 고려해 공모사업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군은 지난해 2년 연속 공모 사업비 1000억원 이상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분야별로 전방위적 사업 추진에 매진하고 있다.
군은 농민들의 숙원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군은 농민 숙원사업으로 △공동방제용 농자재 살포기 구입 지원 예산 3370만원 △양정시설 개보수 지원 예산 9500만원 △벼 공동육묘장 시설 현대화 예산 2억7500만원 △지역특화품목 육성 사업 등에 사업비 12억 2400만원을 요청해 상정했다.
또 양정시설 개보수 지원, 벼 공동육묘장 시설 현대화 사업, 가공공장신축 및 시설현대화 사업, 지역특화품목육성사업, 기계장비 구입 등 5개 농업 관련 사업은 경남도 공모 사업에 선정돼 이미 사업자 선정까지 마친 상태라 이번 예산 삭감으로 농업인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날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 봤던 청년·농민 단체와 이‧통장연합회 등의 사회 단체는 강력히 반발하며 집단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역 사회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갑질·막말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직무 유기냐", "각종 고소, 고발, 추문 등 바람 잘 날 없는 의회가 또 한 건 했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예산 삭감은 수의계약 공사 집행권 실력 행사 '의혹' 제기
특히 이번 예산 삭감은 수의계약 공사 집행권과 지난 1월 시행한 군의회의 인사를 두고 군의회가 힘 자랑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2년 8월, 조순종 의원을 비롯해 일부 군의원 등은 지역구 읍·면장에게 수의계약을 강요한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다.
또 김창호 의원(무소속)과 일부 의원 등은 한 축산업자로부터 500만원 상당의 '패딩점퍼'를 받은 혐의와 '갑질·막말'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고 있다. 이밖에 의회가 지난 1월초 6급인 A씨를 5급 사무관으로 자체 승진 발령하면서 집행부·의령군공무원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의령군 안팎에서는 아직도 군의회의 수의계약 집행권 요구가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도 근절되지 않고 여전히 강요한다는 의견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들의 '패딩점퍼', '수의계약 강요', '갑질·막말' 혐의에 대해 해당 수사 기관에 수사 촉구는 물론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전하고 투명한 지역 사회를 위해 이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태완 군수는 "매우 절박했던 이번 추경 예산의 삭감은 군의회가 지역 발전과 민생에는 관심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군민들을 위하고 군민을 대변하는 군의회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번 추경 예산은 삭감됐지만, 600여명의 공무원들은 군민들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지역 경제를 챙기고 의령의 미래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령군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다가오는 2차 추경에 이번에 삭감된 예산을 재편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령=임승제 기자(isj2013@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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