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해결 안 하는 정부, 인권침해야"…소송 건 스위스 노인들, 결과는?

황국상 기자 2024. 4. 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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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정부가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은 것은 국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쟁점은 스위스 정부가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이 유럽인권협약(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을 침해했는지, 즉 원고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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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권재판소 "기후변화 부실 대응은 국민 인권침해"
(쾨니히스빈터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유럽의 가장 큰 수로인 라인 강이 폭우로 넘치면서 26일(현지시간) 독일 본 인근의 쾨니히스빈터의 거리가 침수된 모습. 2023.12.2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쾨니히스빈터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스위스 정부가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은 것은 국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시의 법적 효력은 스위스 1개국에만 그치지 않고 유럽 46개국에 미치는 등 파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뉴시스에 따르면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클리마시니어른 스위스 여성협회'(Verein KlimaSeniorinnen Schweiz, 스위스 고령 여성 협회)가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협회 측 승소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원고인 '스위스 고령 여성 협회'는 2000명 이상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고 이 중 3분의 1 이상이 75세 이상이다. 이들은 유럽에서의 잇따른 폭염 사태(Heatwave)로 건강 문제가 악화되고 삶과 생활 조건, 복지가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또 스위스 당국이 기후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키기 위한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쟁점은 스위스 정부가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이 유럽인권협약(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을 침해했는지, 즉 원고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ECHR은 스위스 당국이 기후변화 관련 국내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과정에 중대한 결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스위스 당국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한도를 정량화하지 않은 점, 과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점 등이 그 근거로 지목됐다. ECHR은 스위스 당국이 자국 내 입법 및 집행과 관련해 폭넓은 재량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후변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제때 강구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같은 스위스 당국의 '부작위'는 '사생활과 가족 생활, 주거 및 통신을 존중받을 권리'를 규정한 유럽인권협약 제8조를 위반한 행위로 판단됐다. 국가는 기후변화로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 복지가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위험으로부터 충분히 보호해야 하고 개인은 이같은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게 ECHR의 판단이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단은 유럽 46개국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인권재판소 자체가 유럽인권협약을 바탕으로 설립된 데다 유럽인권협약의 효력도 유럽 평의회 소속 46개국 전체에 미치기 때문이다. 국제법원에서 "기후변화 대응 부족 = 인권 침해"라는 판단을 내린 첫 판결인 만큼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포르투갈에서도 12세~24세 젊은이 6명이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포르투갈 전역의 화재가 기후변화 때문이며 포르투갈을 포함한 전체 EU(유럽연합) 회원국, 영국, 러시아 등이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ECHR은 원고들이 살고 있는 포르투갈에서 그 어떤 법적 행동을 취한 적이 없다는 점, 포르투갈 이외의 국가에 대해서는 '치외법권'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소송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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