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현손녀 고려인 최 빅토리아씨 첫 투표 행사
“고려인 보듬어 줄 국회의원 원해”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고 설렙니다.”
연해주에서 항일 무장 투쟁을 한 독립운동가 박노순 선생(1896∼1971)의 현손녀(손자의 손녀)인 최 빅토리아씨(24)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 일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일 가족들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투표를 할 예정이다. 투표 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준비물인 주민등록증도 잘 챙겨뒀다고 한다.
2020년 카자흐스탄을 떠나 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그는 2022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해 8월11일 광복 77주년을 기념해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선조인 박노순 선생의 공적이 높게 평가되고 그 계보가 인정돼 외할머니 박림마씨(65), 어머니 우가이 타티아나씨(43), 동생 우가이 안젤리카씨(19)와 우가이 예고르군(9) 등 가족들과 함께 한국 국적을 얻었다.
한국 국적은 고려인 동포 친구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모두 한국 국적 취득을 희망하지만 시험 등 난도가 높아 합격자는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고려인 7000여명 중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는 그의 가족을 포함해 10여명에 불과하다.
그는 주권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투표를 위해 한 달 전부터 TV 방송과 인터넷 검색을 하며 다양한 국회의원 후보들을 살펴봤다.
그는 “한국어가 서툰 까닭에 번역기를 돌리며 후보들이 발언과 공약 등을 자세히 살펴봤지만 정책 경쟁보다는 서로를 향한 날 선 비판과 막말들이 난무해 인상이 찌푸려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투표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한 표에 수많은 고려인 동포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국민과 함께 고려인 동포를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훌륭한 국회의원이 탄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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