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부동산만 잡으면 이제 오를 일만 남았나?

임지선 기자 2024. 4. 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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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부동산 건설현장 모습. AFP연합뉴스
구매자 관리지수와 소비자물가 등
경제지표 반등…제조업 부활 기미
시티은행, GDP 성장률 4.6%→5%
상하이 지수 연초보다 3.6% 상승
미 대선·부동산 침체 변수는 고려
전문가 “장기투자는 비관적 전망”

직장인 김모씨는 뜻하지 않게 장기 투자를 하게 된 중국 관련 주식형 펀드 때문에 고민이다. 한국보다는 성장률이 높겠지 싶어 3년 전 가입한 상품인데, 1년 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본 뒤 ‘물타기’ 성격으로 추가 매수했으나 수익률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손절매를 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한때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중국 경제 위기를 말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중국 주식시장은 지난 3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 주식을 팔고 인도 주식을 사는 게 대세였다.

그런데 최근들어 중국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의견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제조업 부문이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고 있어서다. 주식시장에서도 저평가되어 있다는 인식하에 비관보다 낙관에 무게를 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전히 부동산 부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에 봄이 다시 찾아온 걸까.

고무적 경제지표에 중국 주식시장 반등

중국 경제를 다시 긍정적으로 보는 배경은 우선 ‘양회’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성장률 5.0% 내외,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3.0% 내외, 소비자물가 3.0%, 도시실업률 5.5% 내외 등을 제시했다.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중국은 기존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국채·지방채 발행 규모는 늘리기로 했다.

이에 고무적인 경제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3월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0.8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50을 넘으면 경기 상승 국면, 50 아래면 경기 하강 국면을 의미한다. 중국의 1~2월 공업이익도 1년 전보다 10.2% 증가해 기업들의 수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월 소비자물가도 전년 대비 0.7% 상승하며 5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에서도 조금씩 중국을 달리 보는 기류가 엿보인다. 시티은행은 지난달 말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5.0%로 올렸다. 중국 전인대가 발표한 수치에 호응한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연초보다 3.6%가량 올랐다.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만든 CSI300지수도 올초보다 5.3%가량 상승했다. 중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고점보다 낮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보인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조업과 수출 회복에 기반한 순환적 반등을 기대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확장 재정을 전개하면서 주식시장에 우호적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 우위라는 평가도 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전환됐고, 앞으로는 추가 악화 걱정보다 개선 기대가 높아질 시기”라며 “인도는 제조업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지는 않겠지만 역사적 고점 수준에 다다른 상황이어서 추가 상승 기대는 제한적인 반면, 중국은 제조업이 올해부터 의미 있는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부진·기업 부채 등 리스크 상존

그러나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요인들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은 리스크다. 부동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기업 부채 문제도 상존한다. 한계기업 파산 등 문제가 노출되면 투자심리가 급락할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제조업이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만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마이너스 2.7%로, 2022년 10월 이후 플러스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약점이다.

미국 대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미국 대선 등으로 바이든 정부의 기술 견제가 더욱 정교해지는 가운데, 특히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전방위적인 압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중국 주가가 반등하고 환율도 점진적 강세 전환 기대가 우세하지만 부동산 시장 부진 장기화 및 주식 공급 확대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단기 투자라면 몰라도 장기 투자에는 비관적 전망에 무게를 뒀다. 그는 “경제를 살리려면 금리를 내리고 시장을 개방하고 돈을 뿌려야 하는데 중국은 고정환율제, 공산주의, 늘어난 국가부채, 공급과잉 등을 이유로 이 세 가지 정책을 펴기 어려운 구조”라며 “지금은 중국 주식이 싸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좋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투자할 곳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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