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본격 호황기 맞은 ‘K조선’…순항하려면
중국 공세에 맞설 전략·기술개발 시급
최근 국내 주요 조선소들은 선박용 블록 적치장 공간을 재배치 중이다. 선박은 조선소 독(건조장)에서 최대 300t에 달하는 크고 작은 블록들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최근 수주 풍년으로 일감이 넘쳐나면서 블록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존 레이아웃을 재배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10여년간 긴 침체를 벗어난 ‘K조선’이 본격적인 호황기를 맞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유럽 소재 선사와 6319억원 규모의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4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 공시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총 86척(해양설비 1기 포함) 98억6000만달러어치를 수주해 올 목표치인 135억달러의 73%를 채웠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 선박 18척(38억달러)을 수주해 연간 목표치 97억달러의 39%를 달성했다. 연간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은 한화오션도 선박 12척(23억5000만달러)을 수주했다.
수주가 회복되기 시작한 2021~2022년 물량이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서 올해 조선 3사는 2011년 이후 처음 모두 연간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한국 조선업체들이 기술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9척과 암모니아선 20척을 모두 싹쓸이했다.
다만 국내 업계가 당면한 과제도 뚜렷하다. 눈앞에 닥친 가장 크고 시급한 문제는 조선소 인력난이다. 고질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저임금 등이 겹치면서 숙련노동자가 양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의 공세도 날이 갈수록 거세다.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선박발주량 4168만CGT(표준환산톤) 중 2493만CGT(60%)를 수주했다. 2위인 한국의 수주량은 1008만CGT(24%)로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올해 1분기 수주량은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2~3분기에는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조선사들은 비싼 친환경 선박을 골라 수주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도 중국 업체가 기술격차를 좁혀오고 있다. 10~15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을 오가는 조선업의 특성상 다가올 불황에 대비해 ‘안정적인 먹거리’를 찾는 일도 과제다. 조선업계는 최근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나 선박 연료공급업 등의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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