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여론 달래기였나…‘전통시장 납품단가 지원사업’ 시큰둥

안광호 기자 2024. 4. 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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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파·사과·오이·애호박 4개 품목 지정 납품처 통해 한시 공급
참여 의사 밝힌 시장 10%에 불과…상인들 “거래처까지 바꾸기 싫어”

정부가 물가 부담을 낮추려고 한시적으로 추진하는 전통시장 납품단가 지원 사업의 참여율이 1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실제 할인 판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지정 납품처를 통해 지원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상인들은 지원 품목·기간이 제한적이고 기존 거래처가 아닌 곳에서 물량을 공급받는 데 거부감이 큰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2일까지 서울 전통시장 16곳에 공급되는 사과, 대파, 오이, 애호박 등 4개 품목의 납품단가를 지원한다고 9일 밝혔다. 지원 단가는 1㎏ 기준 사과 2000원, 대파 1000원, 오이 1364원, 애호박 625원이다. 시장 판매가격이 지난 5일과 비교해 품목별로 14.0~49.5% 인하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본다.

하지만 상인들의 참여도는 낮다. 농식품부가 최근 서울시상인연합회를 통해 문의했더니, 연합회 가입 시장 157개 중 약 10%인 16개 시장만 참여키로 했다. 여기에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진행한 1차 납품단가 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한 9개 시장이 포함돼 있다.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농식품부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려는 상인들 간 입장차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납품단가 지원 물량을 받은 전통시장에서 실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통시장의 경우 시장마다 품목과 납품 경로가 다양한 데다 결제용 ‘포스(POS)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소비자 판매가격을 사후 점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새로운 공급처를 지정한 후 이곳을 통해 할인 물량을 공급하면 예산이 실제 어떻게 집행되고, 얼마나 할인 판매되는지 확인이 가능해진다”며 “다만 상인들 입장에선 기존 대신 새로운 거래처에서 물량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어 사업 참여를 망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원 사업 범위를 전국 전통시장으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시장상인회 등 관계기관과 참여 가능 시장, 품목, 시기 등을 협의 중이다.

상인들은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을 요구한다. 시장과 가게별로 품목이 다양해 납품단가 지원 사업과 무관한 곳이 많고, 설령 지원 품목에 해당하는 시장이나 가게일지라도 나흘간 한시적인 사업 참여를 위해 기존 거래처를 버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전통시장 중에는 골목형이나 상점형 등 형태도 다양하고 채소를 취급하지 않는 곳들도 많은데, 이번 지원 사업처럼 제한된 품목 내에서 거래처를 바꿔가며 물량을 받으려는 시장이나 상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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