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이 돌아왔다' 스리런 대폭발, 5-3 대역전승... 한화 4연패 수렁 [잠실 현장리뷰]
두산은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선발 김동주의 호투와 김재환의 역전 스리런 홈런 등으로 5-3 승리를 거뒀다.
2연패에서 벗어난 7위 두산은 6승 9패를 기록하며 중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한화는 연패가 4경기로 길어지며 8승 6패로 이날 키움 히어로즈를 꺾어낸 SSG 랜더스(9승 6패)에 밀렸다. KIA 타이거즈에 패한 LG 트윈스와 함께 공동 5위를 마크했다.
이날 잠실구장엔 만원에 가까운 2만 3598명이 찾았다. 잠실구장 전석은 2만 7350석으로 사실상 매진이나 다름 없는 뜨거운 열기가 모인 경기였다.
타선에선 큰 변화가 없었지만 엔트리에는 변동이 있었다. 투수 박신지와 최종인을 내리고 김명신과 김택연을 불러올린 것. 경기 전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명신이와 (김)택연이가 괜찮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눈으로 확인은 못했지만 계속 퓨처스(2군) 쪽과 연락을 하고 있었고 괜찮다는 보고를 받아 안 올릴 이유가 없었다. 지금 형편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범경기에서 1위를 하고도 5승 9패로 7위로 처진 두산의 약점은 불펜이다. 9패 중 불펜이 날린 승리가 5경기였고 이 중 4패가 끝내기에 의한 것이었다.
한화는 최인호(좌익수)-문현빈(2루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노시환(3루수)-안치홍(1루수)-채은성(지명타자)-이진영(중견수)-최재훈(포수)-이도윤(유격수)으로 맞섰다. 김동주와 선발 맞대결을 벌일 투수는 리카르도 산체스.
7연승을 거둔 이후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3연패를 당한 만큼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고 하주석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만큼 변화를 시도했다. 타선의 핵심인 페라자를 시작으로 핵심 타자들이 연쇄 이동을 했다.
"어떻게 보면 기존 2-3-4-5에서 3-4-5-6으로 포커스를 옮긴 것"이라며 "시즌 전에도 저 4명(페라자-노시환-안치홍-채은성)을 1~4번에 놓을지 2~5번에 놓을지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여러 가지 이유로 3~6번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테이션에서 4번째 순번을 지키고 있지만 올 시즌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ERA) 0.79로 특급 피칭을 하고 있는 산체스는 이날도 여전한 위력투를 펼쳤다. 1회초 바깥쪽 속구로 정수빈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산체스는 허경민과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으나 김재환에게 체인지업으로 병살타를 유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2회엔 양석환과 강승호를 몸쪽 하단 꽉찬 공으로 양석환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강승호에겐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러나 2사에서 박준영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김대한에게 좌측으로 향하는 대형 2루타를 맞았다.
이후 3루 산체스는 와인드업 모션을 취했다. 타자에만 집중해 아웃카운트를 추가한다는 생각.. 그러나 3루 주자 박준영은 이를 이용해 리드 폭을 크게 가져갔고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태근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뒤엔 지나치게 몸을 틀어 몸에 맞는 공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한화 벤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산체스가 다소 흥분한 듯 보였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결국 정수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를 김재환에게 잡아낸 삼진 하나를 곁들여 삼자범퇴로 마친 산체스는 4회 다시 한 번 위기에 놓였다. 4회말 선두타자 양석환의 볼넷, 강승호의 우중간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은 두산은 박준영이 1루수 파울 플라이와 김대한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태근이 우중간 방면 안타를 날리며 1점을 추격했다. 김태근은 페라자가 3루로 공을 뿌리는 사이 2루까지 파고들었다.
위기의 순간 산체스를 도운 건 포수 최재훈이었다. 2사 2,3루에서 정수빈의 타구가 포수 뒤쪽으로 향했는데 최재훈은 재빠르게 타구를 쫓더니 그물망에 부딪히면서까지 완벽한 포구에 성공했다. 이후 중계 카메라와 충돌할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으나 최재훈은 몸을 사리지 않고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4회까지 79구나 뿌린 산체스는 5회엔 13구만 뿌리면서도 삼진 2개를 보탰고 깔끔히 이닝을 마쳤다. 92구를 던진 산체스는 승리 요건을 갖춘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팀이 1-3으로 끌려가던 6회말 박준영이 불씨를 지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 박준영은 한화 2번째 투수 이민우의 시속 143㎞ 몸쪽 속구를 힘껏 잡아당겼다. 총알 같이 좌측 담장을 향해 뻗어간 타구는 외야 중단에 꽂혔다.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75.3㎞에 달했다. 시즌 2호포.
7회 결국 승부를 뒤집었다. 3번째 투수 한승혁을 상대로 1사에서 허경민이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대주자 조수행이 들어섰고 한화는 투수를 김범수로 교체했다. 양의지의 볼넷으로 1사 1,2루. 조수행이 빠른 발로 3루를 훔쳤다.
타석엔 4번 타자 김재환. 볼카운트 1-0에서 존 바깥쪽으로 향하는 시속 148㎞ 속구에 김재환이 배트를 뻗었다. 일제히 오른쪽으로 이동한 수비를 비웃기라도 하듯 김재환은 결대로 밀어때렸다. 그럼에도 타구는 시속 173.9㎞의 빠른 속도로 좌중간을 향해 뻗어나갔다.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이는 스리런 홈런. 김재환의 시즌 4호 홈런으로 두산은 단숨에 5-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불펜 투수들도 힘을 냈다. 5⅓이닝 8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3실점(비자책) 호투한 김동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병헌이 페라자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지워냈다.
7회초엔 이날 1군에 콜업된 김명신이 등판했다. 노시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안치홍에게 볼넷, 채은성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진영과 최재훈을 포크볼과 커브로 연달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8회엔 올 시즌 두산의 필승조로 거듭난 최지강이 등판했다. 1사에서 최인호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문현빈을 3루수 방면 병살타로 잡아내며 단 9구 만에 이닝을 마무리했다. 9회엔 정철원이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켜내고 세이브를 수확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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