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보증한도 1조원 넘어 ‘넉넉’…워크아웃 조기 졸업하나
자금난 겪는 중소 건설사와 다른 특수 사례…일부 사업장은 정상화
건설업 전반 위기감 여전…“정책 실패 결과물” 뒤늦은 조치 비판도
태영건설의 건설공제조합 보증한도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 후 절반 이상 줄었지만 여전히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주요 채권은행이 추가 보증지원까지 약속하면서 사실상 태영건설은 보증 안전망을 이중으로 갖춘 상태다. 보증한도가 크면 신규 수주나 공사 진행에 걸림돌이 줄어 워크아웃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
업계에선 태영건설 부도 시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 현 정부 출범 후 워크아웃 1호 기업이라는 상징성 등이 보증한도 설정에도 감안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태영건설은 자금난을 겪는 여타 중소 건설사와는 다른 특수 사례로, 건설업 전반에 퍼진 위기감은 여전하다.
경향신문이 9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의뢰해 받은 건설공제조합 자료를 보면, 2023년 초 ‘AA’였던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은 워크아웃 절차가 개시된 이후인 지난 2월 ‘B’로 전환됐다. 보증한도는 기존 2조6460억원에서 1조1288억원으로 57% 줄었다.
공제조합 보증은 건설사의 사업 진행에 필수적 요소다. 건설사업은 발주부터 완공까지 단계마다 제3기관의 보증이 필요하다. 통상 보증한도는 조합회사 출자자 수, 신용등급 등에 따라 산출되는데 태영건설처럼 자금난이 생기면 보증등급이 떨어져 수수료가 오르고 한도도 급락한다. 보증이 나오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신규 수주가 막혀 정상 영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절차 개시에도 보증한도가 1조원을 웃돌아 넉넉한 편이다. 여기에 지난 2월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대주단이 총 4000억원 규모 보증(주택금융공사 포함)을 약속했고 ‘필요시 보증지원액을 더 늘리겠다’는 단서 조항도 추가해 태영건설 보증한도는 사실상 ‘1조5288억원+알파’에 달한다.
태영건설은 최근 최대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스(PF) 사업장인 마곡CP4에 이어 김해 대동 첨단 일반사업단지 등 정상화 사례가 잇따르면서 워크아웃 조기 졸업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이 갖춘 ‘보증 안전망’은 자금난에 처한 일반적인 중소 건설회사에는 그림의 떡이다.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태영건설은 규모가 있는 만큼 등급과 보증한도를 맞춰주지만 다른 건설사는 전반적인 업황을 고려해 보증심사를 더 까다롭게 한다”며 “어려울 때 보증기관마저 위험을 회피해 버리면 업계에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공제조합 보증실적은 2021년 72조615억원, 2022년 83조1795억원으로 치솟다가 지난해 6월 기준 30조4069억원에 그쳤다. 보증실적은 건설사가 보증서를 끊어가면서 조합에 납부한 수수료 등을 합친 액수로, 건설사업에서 사고가 터지면 공제조합이 책임을 질 수 있는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의미한다. 조합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보증실적) 성장세가 꺾였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건설공제조합은 자금난에 처한 건설사의 보증등급을 사전부터 엄격하게 관리하는 편이다. 2021~2023년 부도가 난 건설사 14곳의 직전 보증등급은 모두 CCC 이하였다. 같은 기간 법정관리나 회생 절차에 들어간 74곳 중 A등급 이상은 한 곳도 없었고, CCC 이하 등급이 80%인 59곳에 달했다. 워크아웃 직전 등급이 AA였던 태영건설과 대조적이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태영건설에 대한 신용평가를 신용평가사와 공제조합 등이 사전에 제대로 하고, 부실 사업장 관리가 조기에 진행되도록 당국 조치가 사전에 나왔다면 뒤늦게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한 전방위적 지원책을 펴지 않아도 됐다”며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정책 실패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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