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도 철거도 못하는 낚시터, 바다 위 흉물로

김창효 기자 2024. 4. 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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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도 공원, 위탁업체 선정 못해…군산시 “용도 전환 추진”
2018년 완공 이후 방치돼 파손되고 녹이 슨 전북 군산 장자도 해양낚시공원.

전북 군산시 장자도 해상낚시공원이 준공 6년째 개장도 못하고 방치돼 세금 낭비 지적이 일고 있다. 공원 내부 다리 형태 구조물은 파손돼 사용할 수 없는 데다 인근 어민 조업까지 방해하는 실정이다.

지난 4일 찾은 현장은 공원 전체가 시뻘겋게 녹이 슬고, 물이 들어오면 뜨는 부교 기둥은 갈매기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다. 안전사고 위험이 커 보였지만 진입을 막는 조치는 없었다. ‘낚시 금지’ 경고문이 붙어 있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임대일 장자도 어촌계장은 “공원이 태풍으로 파손된 후 장기간 방치되면서 오히려 지역관광 발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쓸모없는 시설을 만들고, 활용도 안 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자도 해상낚시공원은 군산시가 고군산연결도로를 개통하면서 해양 레저와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어업인의 소득 증대를 꾀한다며 옥도면 장자도 일원에 추진한 사업이다. 마을 방파제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160m 길이의 낚시터, 장자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등을 만드는 계획이었다. 국가 공모로 사업비 32억원(국비 80%, 도·시비 각 10%)을 확보했고, 2018년 완공됐다.

개장 당시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가 컸지만 휴업 상태가 이어지더니 지금은 유령 관광시설물로 전락했다. 운영 위탁업체 선정 문제 때문이다. 시범운영에 나섰던 장자도 A단체는 수익 창출 어려움과 안전사고 등의 문제로 중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적자가 누적돼 새로운 운영자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된 것이다.

애초에 무리한 사업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유재임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 준비 없이 대규모 시설을 짓는 데만 급급했다”며 “안전사고 우려가 커 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군산시는 2020년 철거를 추진했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낚시공원 조성 예산의 80%를 국비로 충당한 게 발목을 잡았다. 보조금법 시행령 등에 따르면 국비가 투입된 재산은 처분 조건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전북도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병권 전북도 수산정책과장은 “조성된 시설물을 철거하는 대신 밀물 때 다리가 수면에 떠오르고 썰물 때 수면만큼 내려가는 부잔교로 만들어 선박이 안정적으로 배를 댈 수 있도록 용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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