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주민을 싸구려 노동자 취급 말라”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인 유학생·결혼이민자 가족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가사노동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노동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돌봄노동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이주민은 저임금을 받아도 된다는 그릇된 생각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유학생·결혼이민자 가족은 싸구려 노동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이주노동자노조 등 3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국내에 이미 거주 중인 16만3000명의 외국인 유학생과 3만9000명의 결혼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 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그러면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사사용인은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아 최저임금 미만으로 가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비공식 노동시장에 있는 가사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2022년 6월부터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됐다. 가사근로자법은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서비스 제공기관(인증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사회보험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 발언은 가사근로자법 적용 영역이 아니라 최저임금도 못 받는 비공식 노동시장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공동행동은 “가사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한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이제 겨우 3년차”라며 “정부는 보다 많은 가사노동자들에게 이 법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역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 발언은 경영계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을 주장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더 위험하다”고 짚었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윤 대통령 발언은 그간 윤석열 정부가 취해온 돌봄의 시장화, 외주화와 궤를 같이한다”며 “노동력을 싼값에 제공할 테니 돌봄을 사적으로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국가의 민낯”이라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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