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곱슬머리 차별 안 돼!”…프랑스 ‘두발 차별 금지법’ 배경은?

안다영 2024. 4. 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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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랑스에서는 최근 두발에 따른 직장 내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미 성별이나 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두발만 특정해 더 구체화한 건데요.

파리 안다영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다소 생소한 법이긴 한데, 헤어 스타일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해선 안된다, 이런 말인가요?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법안의 골자는 직장 내에서 머리카락 색깔과 길이, 질감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빨강 머리라거나 흑인들 특유의 곱슬머리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법안은 지난달 28일 프랑스 하원에서 찬성 44표, 반대 2표로 채택됐습니다.

직장에서 고용주가 흑인 직원에게 곱슬머리를 펴라거나, 땋은 머리를 숨기도록 강요하는 걸 막자는 취지입니다.

법안을 발의한 올리비에 세르바 의원의 설명 들어보시죠.

[올리비에 세르바/프랑스 하원의원 :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직장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머리카락을 곧게 펴려고 노력 중인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프랑스에서 실제 이런 차별 사례들이 많다는 거죠?

[기자]

법안 발의 배경이 된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두발 차별 문제의 발단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항공사 에어프랑스는 2005년 한 흑인 승무원의 땋은 머리를 문제 삼으며 가발 착용을 강요했습니다.

유니폼 규정상 승인되지 않은 헤어 스타일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이에 이 승무원은 2012년 에어프랑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요.

10년에 걸친 법적 다툼 끝에, 법원은 회사 이미지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직원의 외모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며 이 승무원의 손을 들어줍니다.

또 두발 차별 반대 운동가로 활동 중인, 흑인 여성 케나딜은 어린 시절 곱슬머리 때문에 학교에서 괴롭힌 당한 경험을 토로했고요.

직장에서도 고용주가 헤어 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면 해고할 거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케나딜의 SNS에서만 26만 명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법안이 인종 차별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고요?

[기자]

두발 종류 등 구체적인 차별 사유를 법안에 적시하긴 했지만, 차별의 근원이라 할 인종 차별 자체를 언급하지 않은 건 한계라는 지적인데요.

머리카락을 직모처럼 매끄럽게 손질하라는 명령 자체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거죠.

이 때문에 두발 차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건 차별 피해가 가장 심한 흑인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를 간과하게 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렇다보니 곱슬머리나 빨강머리라는 등의 이유로 놀리는 건 처벌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다만, 이 법을 시작으로 인식의 변화가 가속화할 거란 기대도 나옵니다.

[에스텔 발루아/흑인 여성 : "이 법은 사람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장려하는 법이기도 합니다. 어떤 머리카락을 가졌든, 혹은 민머리이든 자신이 누구인지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 법안이 확정돼 시행되려면 다음 관문인 상원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통과 여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영상편집:김철/영상출처:France3/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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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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