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충실의무 대상 주주로 확대… 상법 개정이 1순위”
거버넌스포럼서 10대 과제 제언
“집중투표제 도입 경영문화 개선
자사주 소각도 의무화해야” 강조
국회 통과 필수… 양당에 관심 촉구
재계선 상속세 등 세제개편 제기
“최고세율 OECD 평균 25%로”
9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이 단체는 최근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밸류업 10대 과제’ 제언을 내놓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핵심 법안 개정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포럼은 10대 과제 중 ‘이사회의 소액주주 보호의무 관련 상법 개정’을 첫 순위로 꼽았다. 현행 상법 382조의 3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주주를 위해’까지 반영해 이사회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이남우 포럼 회장은 지난 5일 기자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은 주무 부처인 법무부 의견서가 중요하고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므로 양당 대표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촉구했었다. 앞서 법무부는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구상엽 법무실장)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포럼 측은 자사주 소각·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등 기업 경영문화 개선도 요구했다. 두 사안 모두 기업 정관을 고쳐야 하는 만큼 제도 도입을 강제화하려면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기업의 자사주 매입·소각분을 손금으로 인정해 세 부담을 줄여 달라고 주문했다.
상속세 등을 둘러싼 세제 개편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면 상속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기관투자자 요구에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재계도 그간 상속·증여·법인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펼쳐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 수준으로 내리고 과세 방식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유산취득세(실제 취득재산 과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 측도 지배주주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기업 거버넌스 개선 노력을 한다는 전제로 상속세나 증여세 개편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시가만을 근거로 상속세를 계산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나쁜 지배주주’일수록 상속세가 줄어드는 비합리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장부가와 시가 중에 큰 금액으로 세금을 부과하되, 세율을 낮춰 주면 탈세 동기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대한상의는 ‘2024년 조세제도 개선과제 건의서’를 통해 기업이 배당을 확대하면 법인세 부담이 커지는 역설을 지적하면서 배당 확대를 위해서는 2025년 일몰 예정인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의 환류소득에 배당을 다시 포함시키거나 또는 기업의 주주 배당에 대한 별도의 세액공제를 신설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역시 밸류업 지원방안 일환으로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대한 법인세 감면,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소득세 경감안 등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의 재산 형성을 지원하겠다며 내놓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비과세 한도 확대 관련 법 개정도 22대 국회로 밀릴 공산이 크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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