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조커스’

안용현 기자 2024. 4. 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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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1942년 일본군이 호주 북부 다윈항을 폭격했다. 남태평양 장악을 위한 공격이었다. 당시 호주군 주력은 영국을 위해 유럽 전선에 있었고, 싱가포르에서 영국군과 함께 방어전을 벌이다 포로가 되기도 했다. 믿을 곳은 미국뿐이었다. 미군이 과달카날 전투에서 일본군을 격파해 태평양 전쟁의 흐름을 뒤집었다. 이후 태평양 전쟁에서 호주군도 크게 활약했다. 1차 대전까지 호주는 영국과 밀접했지만 2차 대전을 계기로 미국의 핵심 동맹이 됐다.

▶중국이 패권 본색을 드러내기 전에 호주와 중국 관계는 좋았다. 호주는 ‘세계의 공장’ 중국에 석탄·철광석 등을 수출해 큰돈을 벌었다. 호주 수출에서 중국 의존도가 40% 가까이 치솟았다. 그런데 2015년 중국인이 호주 부동산을 싹쓸이하자 집값이 폭등했다. 호주 정치인에게 뇌물을 뿌리고, 중국인 유학생이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호주 학생들에게 폭력까지 휘둘렀다. 중국 기업은 요충지 다윈항 운영권도 확보했다. 위기를 느낀 호주가 2020년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 협력체 ‘쿼드(미·호주·일본·인도)’에 동참했다. 그러자 중국은 한국 사드 때처럼 호주산 석탄·보리·와인 등에 경제 보복을 했다.

▶'쿼드’에서 인도가 군사 공조에 소극적이었다. 그사이 중국은 호주와 가까운 남중국해를 ‘내해(內海)’로 만들려 했다. 미국이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고 2021년 만든 것이 ‘오커스(AUKUS)’다. 호주(AU)·영국(UK)·미국(US)의 영문 앞글자를 딴 군사 동맹이다. 3국은 앵글로색슨의 언어·문화·혈통까지 공유한다. 심지어 미국은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주는 파격적 결단까지 내렸다. 한국엔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이 만나 일본의 ‘오커스’ 사실상 가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일본이 들어가면 ‘조커스(JAUKUS)’가 된다. 중국을 막을 극초음속·AI·우주군 등 전력 개발에 일본의 첨단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에 한미연합사 같은 통합 지휘부 설치도 장기적으로 검토한다고 한다. 5만4000여 주일 미군의 위상이 주한 미군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이러는 것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했을 때 미국과 함께 싸워줄 나라가 일본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워게임에 일본이 참전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을 제압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앵글로색슨 동맹이 다른 인종·문화권인 일본을 끼워주려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한국과 뉴질랜드도 오커스에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시킬 것이라고 한다. 우리 안보 당국자들의 지혜와 능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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