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윌리엄 쇼클리 ‘반도체 현상’ 첫 이론화…챗GPT 등 인공지능 등장으로 ‘변곡점’
1945년 미국 AT&T 벨연구소에 근무하던 윌리엄 쇼클리가 어떤 물질에 다른 물질을 첨가하면 반도체가 되는 현상을 최초로 이론화하면서 반도체의 역사는 시작됐다. 2년 뒤인 1947년에는 벨연구소 월터 브래튼과 존 바딘이 게르마늄에 금속조각을 붙여 전류가 흐르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 벨연구소는 1948년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다고 발표했다. 트랜지스터는 아주 작은 전자 스위치라 할 수 있다. 이 세 사람은 노벨상을 받게 된다.
집적회로(IC) 칩 또는 반도체라고 부르는 것은 실리콘 위에 수백만~수십억개의 미세한 트랜지스터를 넣은 물건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페어차일드와 댈러스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두 회사에서 처음 만들어냈다. 이 중 페어차일드는 쇼클리가 1955년 창업한 회사에서 뛰쳐나온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 등 엔지니어 8명이 만든 회사이다. 이들 중 일부가 이후 인텔을 창립했고 지금까지 반도체 강자로 남아 있다. 최초 반도체 칩에는 4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돼 있었다.
반도체 기술은 미국에서 발전했지만, 그 생산은 사상 최대의 협업 구조로 분화됐다. 기술 개발이 매우 어렵고 그에 드는 자금이 천문학적이어서 한 회사, 한 나라가 독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가 필요하다. TSMC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이 없으면 애플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ASML의 EUV 장비는 45만6329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대당 1억달러가 넘는다. 이 장비 역시 레이저 회사인 미국 사이머와 독일 트럼프의 기술과 부품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크리스 밀러가 쓴 <칩워>의 설명에 따르면 진공에서 시속 321.8㎞로 날아다니는 직경 0.003㎜의 주석 방울을 레이저로 두 번 맞히는 정밀 기술이 필요하다.
첫 번째 펄스는 주석 방울을 달구고, 두 번째 펄스로 주석 방울을 폭발시킨다. 이렇게 주석 방울을 폭발시키는 과정을 초당 5만번 반복해야 반도체 제작을 위한 충분한 양의 EUV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EUV 광선을 모아서 실리콘 칩에 쏴줄 수 있는 거울은 독일의 광학회사 자이스가 제작한다.
챗GPT 등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반도체가 수행해야 할 연산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AI 반도체는 초당 연산해야 할 매개변수가 1750억개에 달한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비슷한 작업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병렬연산이 가능해 연산속도가 빠르다. 기존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는 브라우저를 켜거나 엑셀을 작동시키는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지만 모든 계산을 순차적으로 처리(직렬연산)한다. 얼룩말 이미지를 학습한다면 CPU는 픽셀 하나하나를 처리하는 데 비해 GPU는 많은 픽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개념이다. 엔비디아의 GPU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이다.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D램을 여러 개 쌓아올려 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의 폭(대역폭)을 넓힌 것이다.
박재현 논설위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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