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금리 인하 가능하다는 파월 vs 의심하는 매파…CPI는 누구 편?[오미주]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지 통화정책의 주체인 연방준비제도(연준) 내에서조차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2년 중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를 급격히 올릴 때부터 통화정책에 대해 '선제적 전망',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제시하지 않고 데이터에 의존해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최근 연준 위원들은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과 고용 등 최근 경제지표들이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일(현지시간) 발표될 지난 3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최근 혼란스러운 경제지표에 대한 엇갈린 진단을 일치시켜 금리 인하에 대해 좀더 분명한 가이던스를 제시해줄지 주목된다.
따라서 "올해 어느 시점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다음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금 & 투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연준의 경제전망요약(SEP) 설문조사 때는 올해 2번의 금리 인하가 적당하다고 답했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더 떨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금리를 인하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 위원은 아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5일 "이것이 내 기본적인 전망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이 더 떨어지지 않거나 (상승세로) 역전되면 앞으로 FOMC에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금리 인하가 한번밖에 없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보스틱 총재는 올해 FOMC 투표 위원이다.
반면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와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은 지난주 파월 의장의 입장에 동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지난 4일 스누피가 등장하는 만화 피너츠에서 찰리 브라운과 루시, 라이너스가 같은 구름을 바라보며 각기 다른 말로 구름의 모양을 설명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는 모두 같은 데이터를 보고 있지만 각기 다른 결론을 내리기가 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프리즈의 이코노미스트인 토마스 시몬스는 "이 데이터는 우리를 경계선에 남겨둔 채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마자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지 라가리아스는 8일 CNBC에 출연해 "올해 금리 인하 횟수가 (지난 3월에 연준이 예상했던 3번보다) 더 줄고 금리 인하 시기가 올 연말로 미뤄져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록은 지난 3월 고용지표가 발표되기 전에 이미 미국 경제가 둔화되지 않고 있어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운용사 뱅가드도 이미 지난달 기본 전망으로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타이달 파이낸셜 그룹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마이클 게이드는 보고서에서 "연준이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이유를 찾고 있다면 현재 경제 상태는 확실히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잰 해치우스도 지난 5일 CNBC와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과 다른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볼 때 올해 약간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놀랄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선물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올해 2~3번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올해 금리가 2번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32.8%로 3번 인하될 것이란 전망 31.1%를 소폭 앞섰다.
오는 6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믿음도 옅어지고 있다. 오는 6월 금리 인하 전망은 48.6%로 금리 동결 전망 50.0%에 소폭 뒤쳐졌다.
그 첫 단초가 오는 10일 발표되는 지난 3월 CPI와 11일 공개되는 지난 3월 생산자 물가지수(PPI)다. 웰스 파고는 3월 CPI가 올초 인플레이션 반등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경제 근간의 물가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초기 신호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WSJ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 3월에 전월비 0.3%, 전년비 3.7%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의 전월비 상승률 0.4%와 전년비 상승률 3.8%에서 소폭 내려간 것이다.
근원 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해 1월 5.5%에서 9월 4.1%로 하락한 뒤 3.8~4.0% 사이에서 정체돼 있다. 지난 3월 근원 CPI의 전년비 상승률이 3.7%로 둔화된다면 인플레이션이 느리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위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준이 근원 인플레이션을 더 중시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CPI의 반등을 아예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연준이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도 최근 크게 떨어지지 않고 횡보하고 있어 연준의 고민을 더 깊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CPI마저 인플레이션 하락에 별다른 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올해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확산될 수도 있다.
지난 3월 CPI가 인플레이션 하락에서 약간의 진전을 보여준다면 증시는 안도하겠지만 경제, 특히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확고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좀더 지켜보자는 반응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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