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 부모를 함부로 대하는 우리 아이...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Q.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아기 때부터 아이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해해 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5살이 된 지금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존중을 해줬지만 오히려 우리 아이는 다른 사람을 더 존중해 주지 않는 것 같아요. 심지어 부모에게도 이젠 함부로 하려고 합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A. 아동심리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모자녀 상호작용 관찰을 자주 하게 됩니다. 초창기, 그러니까 10~20여 년 전에는 이러한 관찰 시, 지나치게 자녀에게 관여를 하거나 통제하려는 부모님이 많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심심치 않게 자녀와 상호작용할 때 과도하게 가만히 계시는 부모님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왜 그러셨냐고 질문을 하면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야 해서'라고 하시거나 '아이에게 관여하면 안 된다고 해서', '아이가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으면 안 되니까'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혹은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서'라고 대답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부모상담을 진행하다가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부모님들이 자녀의 연령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신다는 점이었습니다. 부모님들께서는 대부분 양육서를 읽으시거나 영상을 보시곤 전문가가 알려준 정보를 단순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부모상담을 진행하다가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부모님들이 자녀의 연령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신다는 점이었습니다. 부모님들께서는 대부분 양육서를 읽으시거나 영상을 보시곤 전문가가 알려준 정보를 단순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부모님들은 3살 자녀가 씻기 싫다고 하거나 울면서 떼를 쓸 때, 아이를 야단치면 안 된다고 배웠으니까 그냥 내버려 두시고 기다리기만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곤 아이를 설득하려고 이해시키려고 많은 말들을 하시게 되고 결국 아이는 더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3살인 자녀가 왜 씻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알아서 할 수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냥 씻어야 한다는 것을 단순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이 순간에는 아이를 존중하고 이해시키고 화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부모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그냥 자녀가 좀 울고 힘들어하더라도 얼른 씻기시는 게 부모님께서 하셔야 할 일입니다. 다만, 이렇게 씻기는 순간에 자녀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지 마시고 "얼른 씻고, 우리 맛있는 거 먹자(혹은, 뽀로로 보자)"라고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보통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은 몇 시에 씻을지 자꾸 아이에게 물어보시곤 합니다. 그리고 자녀가 계속 미루고 도망 다니면 결국 화를 내시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고등학생인 자녀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언제 씻을 것인지 물어볼 수도 있고 "네가 얼른 씻기를 바란다"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3살 아이를 씻기듯 씻길 수는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나이에 온전히 부모님의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 부분적으로 조율해서 선택할 수 있는 것, 자녀가 완전히 선택할 수 있는 것 등 이 세 가지를 연령에 맞게 잘 생각하시고 결정해서 대화하시거나 행동하셔야 합니다.
◇ 아이의 연령에 맞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3가지
1. 온전히 부모님의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
2. 부분적으로 조율해서 선택할 수 있는 것
3. 자녀가 완전히 선택할 수 있는 것
또 다른 예시로, 어린 자녀에게 어떤 어린이집을 다니고 싶은지 물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온전히 부모님이 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간혹, 그 기관에 아이를 왜 보냈냐고 물어보면 "갔더니 애가 좋아했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도 계시곤 합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이의 기질, 성격, 경제적 여건, 물리적 환경 등을 고려해서 생각하실 수 있겠지요. 3살짜리가 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것을 자녀에게 물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님께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결정해서 보내신 다음, 기관과 아이가 잘 맞는지 부모님이 면밀히 살펴보셔야 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어떤 학원을 갈지 자녀와 상의를 해야 합니다. 다만, 미리 부모님이 어떤 학원이 아이에게 맞을지 미리 알아본 후, 마음속으로 몇 군데를 정하시고 자녀에게 선택권을 주시면서 자녀와 학원에 대한 의논을 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고등학생쯤 되면 초등학교 때 부모님과 학원을 선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가 스스로 어떤 학원이 맞는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가 조금 더 알아보고 온전하게 자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
친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여섯 살 전까지는 우리 아이와의 관계에서 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 친구는 부모님이 충분히 물리적으로 조정을 해주실 수 있으므로 환경을 조금씩 변경해 주거나 중재를 해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닐곱 살부터는 자신의 친구를 스스로 결정해 보도록 하되, 그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자녀가 경험하고 다시 결정하고 자신이 어떤 친구들과 잘 맞고, 어떤 친구를 좋아하고, 어떻게 친구를 사귀고 싶은지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충분히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초등 고학년이 되었을 때에는 지금까지 했던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가 스스로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을 지켜봐 주시며, 힘들어할 때 대화해 주실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자녀의 연령에 따라, 자녀의 발달 단계에 따라서 어떻게 부모로서 가르치고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가지고 자녀를 대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령에 맞게 자녀를 대할 때 자녀는 좀 더 자기에 대한 이해를 잘 할 뿐만 아니라 커가면서 좀 더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으며, 나와 타인을 존중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칼럼니스트 박현숙은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동대학원에서 아동심리치료전공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년이 넘는 임상경험을 통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기 힘들어 하는 것은 부모의 심리적 문제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의 발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라는 점을 알게 됐다. 부모가 조금 더 아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양육코칭에 힘쓰며, 부모자녀 관계치료에 관심을 갖고 현재 심리상담센터 마인드카페의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마인드카페는 2016년 익명 정신건강 커뮤니티로 출발해 현재 2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국내 최대 종합 정신건강 플랫폼이다.
■ 엄마, 아빠를 위한 전문가 칼럼: tip.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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