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저주' 깨고 흑자 낸 당근마켓..."해외서도? 당근이죠!"

김태현 기자 2024. 4. 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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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황도연 당근마켓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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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당근마켓(이하 당근)은 설립 8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벤처투자 혹한기로 투자 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근은 어떻게 흑자전환을 할 수 있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동 당근 본사 사무실에서 황도연(사진) 대표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하이퍼로컬(지역밀착)에 충실했다."

2023년 당근마켓(이하 당근)의 연간 흑자전환 비결을 묻는 질문에 황도연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황 대표는 '하이퍼로컬'이라는 단어를 11번 언급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당근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2021년 1800억원의 투자유치를 통해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이후 2021년 352억원, 2022년 464억원으로 적자폭이 나날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플랫폼의 저주'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우려 섞인 외부 평가와 달리 내부는 활기가 넘쳤다. 2023년 1분기부터 흑자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흑자는 연말까지 이어져 연간 173억원의 영업흑자(별도기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99억원에서 1276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양적·질적 성장을 모두 이뤘다.

황 대표 취임 1년만의 일이다. 2021년 3월 당근 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한 황 대표는 이듬해 11월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 1년 동안 당근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동 당근 본사에서 황 대표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벤처투자 혹한기, 지속가능성 증명하는 계기 됐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황 대표는 "외부에서 보기에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그동안 하이퍼로컬을 기반으로 꾸준히 해왔던 것들이 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당근이 마주한 환경은 만만치 않았다. 투자유치를 한 2021년부터 국내외 벤처투자 환경은 서서히 위축됐다. 특히,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황 대표는 "벤처투자 혹한기로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서비스 성장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회사임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노력은 지난해 재무제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당근의 대표 사업인 광고 매출을 급성장했다. 2022년 494억원이었던 광고 매출은 1266억원으로 2.5배 이상 커졌다.

황 대표는 "당근이 월 기준 1900만명이 이용하는 전 국민적인 서비스가 되면서 당근을 매개로 한 지역 타겟팅 광고 및 마케팅이 늘었다"며 "지역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타겟팅 정교화 및 알고리즘 고도화, 지난해 2월 선보인 상품 광고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광고선전비(2022년 227억원→2023년 50억원)를 대폭 줄였다. 황 대표는 "기존에 당근 브랜딩에 사용된 광고선전비는 과감하게 줄였다"며 "현재는 이용자들이 더 다양한 맥락에서 당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신규 서비스 소개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신규 서비스로 키운 역동성…월 1900만 MAU 비결
황도연 당근마켓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황 대표가 이처럼 과감하게 매출 확대와 비용 효율화에 나설 수 있던 건 이용자 수 덕분이다. 당근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1900만명이다. MAU는 앱 활성화 정도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MAU 순위를 살펴보면 업종 분류를 '쇼핑' 기준으로 했을 때 당근은 쿠팡 다음으로 높다. '소셜네트워크'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밴드에 이어 4위다. 중고거래 앱으로서도, 커뮤니티 앱으로서도 높은 순위다.

당근이 높은 MAU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하이퍼로컬 기반의 다양한 신규 서비스다. 현재 당근은 '중고거래'와 '동네생활' 외 △구인구직 △중고차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숏폼 서비스인 '당근스토리'도 운영 중이다.

황 대표는 "이용자들이 보다 풍부한 동네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며 "신규 서비스를 론칭할 때는 '지역성'과 '신뢰성'을 잘 갖췄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론칭 이후에는 분기 단위 재사용율과 이용자 인터뷰를 통해 서비스 존속 여부를 판단한다.

당근은 밀도 높은 하이퍼로컬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당근의 적용 범위를 좁히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황 대표는 "최소 동 단위 기준으로 묶여있던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기능을 아파트 단지, 빌딩 한 채, 대학교 캠퍼스 등으로 묶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유의미한 공동체 내 이용자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다. 피드백을 통해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 본질 역시 '하이퍼로컬'…기본에 충실"
/사진제공=당근마켓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한 당근의 올해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당근은 현재 영국 전 지역, 캐나다 △토론토 △밴쿠버 △캘거리 △에드먼턴, 미국 △뉴욕 △뉴저지 △시카고, 일본 △도쿄 △요코하마시 일부(가나가와현 포함) △가와사키시 일부 등 4개국 560여개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다.

황 대표는 "현재 당근의 국내 사업 단계가 10단계라고 했을 때 글로벌 사업은 현재 1~2단계 수준"이라며 "초기 단계로 앞으로 배워야 할 것도, 헤쳐 나가야 할 난관도 많다"고 말했다.

초기 단계지만 어느 정도 성과도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북미 거점지인 캐나다의 경우 올해 3월 기준 MAU 수가 전년동월 대비 3배 증가했다"며 "커뮤니티 앱 평점 역시 4.3점으로 높은 편이다. 올해도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것이 첫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중고거래 리뷰 점수인 '매너온도'를 '캐롯 스코어(Karrot Score)'로 번역하는 등 현지화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하이퍼로컬이라는 근본 가치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성과 신뢰성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공개(IPO)와 관련해서는 현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IPO와 관련해) 아직 내부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바는 없다"며 "지금은 좀 더 자율성을 갖고, 당근 서비스를 더 과감하고, 다양하게 실험해보는 게 중요한 단계"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IT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며 "서두르지 않고, 균형있게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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