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합동기자회견은 언제…의정갈등 길어지나

박미주 기자, 박정렬 기자 2024. 4. 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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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의협 비대위 등 합동기자회견 이번 주 이후로 연기…의사단체 내부 분열된 모습 보여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가진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브리핑에서 최근 불거진 의협 내부 갈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 뉴스1

의사단체들이 총선 이후 합동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지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당장 이번 주는 어렵게 됐다. 전공의 대표가 합동기자회견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한 데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인 임현택 당선인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서다. 정부는 의사단체에 단일 협상체를 구성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단일대오 형성도 어려움을 겪으며 의정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선생님,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선생님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을 합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총선 이후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전공의, 의대 교수들이 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이를 부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의사들의 단일 협상체 구성과 합동기자회견이 성사될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다.

의협 비대위와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간 갈등도 포착된다. 임 당선인 측인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전날 의협 대의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임 당선인의 회장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인데 이보다 앞서 의협을 이끌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인수위는 공문에서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며 "혼선을 정리하고 다원화된 창구를 의협으로 단일화해 조직을 재정비하라는 게 14만 의사회원과 의대생들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래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결의대로 임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의 책임을 맡으려 한다"고 했다.

임현택(오른쪽)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이와 관련 의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3시 브리핑을 열고 임 당선인의 제안에 거절 의사를 표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정부의 독단적 정책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회원들의 총의를 받들어 의협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그러나 최근 의협 회장 선거를 마치면서 대내·외적으로 비대위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 구성과 해산은 운영 규정상 대의원회의 권한이다. 이런 규정을 벗어난 주장을 하는 것은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처럼 절차를 벗어난 무리한 주장"이라며 "(임현택) 당선인은 현재 비대위원으로 비대위 회의 석상에서 (조기 인계 등을) 발언하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나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비대위에 주어진 활동 기간은 4월 30일까지로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다"며 "주어진 시간까지 전 회원의 뜻을 받들어 비대위원장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동기자회견은 이번 주 이후로 연기했다. 김 위원장은 "박 비대위원장이 전대협의 입장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고 그 과정이 아직 조율이 덜 된 것 같다"며 "의대생과 소통하고 있고 의대 교수들과는 합동 기자회견에 관한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의 통일안은 '원점 재검토'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의사단체가 숫자를 갖고 논의하거나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당장은 비대위가 협상에 나선다지만 의정갈등이 길어지면서 다음 달이 되면 의협 주도권은 회장이 될 임 당선인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정부와 협상은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의협 비대위가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논의를 통한 결론에 따를 것을 제안한 반면 임 당선인은 오히려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하고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파면해야 한다며 더욱 강경한 주장을 하고 있어서다. 그는 당선인 신분으로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밝힌 한 바도 있다.

또 임 당선인은 박단 위원장에도 날 선 반응으로 대응하며 단합과는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 관련 "의미 있다"면서도 '내부의 적'을 언급하며 박 위원장을 비난한 바 있다.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앞으로 그(박 위원장)와 더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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