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수렁 빠진 SK온…전기차 침체에 1분기도 울상
올해도 실적 먹구름 지속될듯
1·2월 배터리사용량 7% 줄어
조단위 투자유치 나섰지만
"흑자 달성 시기 불투명"
SK이노 신용등급까지 낮춰
작년 수주잔액 400조원 넘어
글로벌 물량 확대 총력전
적자 수렁에 빠진 SK온이 올해 1분기에 수천억 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2000억원 안팎의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 구원투수로 등판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SK온 회생에 고심하고 있는 만큼 회심의 반등 카드가 나올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9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1~2월 기준)은 작년 6.2%에서 올해 4.5%로 하락했다. SK온의 올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4.2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배터리 사용량이 두 자릿수 성장을 한 반면 SK온만 줄어들었다. 지난 1~2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0% 성장했다. 적자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SK온은 2023년 한 해 동안 58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북미 수요가 둔화되면서 1분기 SK온의 예상 보조금(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령액은 전년 대비 50% 가까이 줄어든 1213억원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실물 경기 부진으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SK온을 비롯한 배터리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리튬·니켈 등 주요 메탈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락한 점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리튬 가격이 하락한 시기에는 광물 가격이 올랐을 때 비싸게 구매한 양극재로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기차로의 전환에 대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상황인 만큼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달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 매출 부진과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 등이다.
S&P글로벌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SK온)에 대해 "2024~2025년에도 적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 SK온은 모회사 유상증자와 프리IPO, 차입 등으로 20조원을 마련했다"며 "SK온은 빈약한 재무구조 속에서 수익성 악화 장기화에 따른 그룹사와 외부 차입 의존도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SK온의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7조4784억원, 사채·장기차입금은 8조107억원에 이른다. 결손금은 2조733억원 규모다. SK배터리아메리카는 최근 국내외 은행들로부터 차입 한도를 추가 설정했다. 규모는 9385억원에 달한다.
SK온 관계자는 "92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에너지부 정책자금(ATVM론), 공적수출신용기관(ECA), 회사채, 합작법인 투자 관련 OEM과의 파트너링, AMPC 등 다양한 재원 마련 방안을 활용해 필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온은 최근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 투자은행(IB)을 주관사로 선임하고 투자 유치에 나섰다. 목표 금액은 조 단위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프라이빗에쿼티와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2조3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투자 유치 상황은 SK온에 우호적이지 않다. IB업계 관계자는 "SK온은 실적 악화로 기업가치가 높아지지 못해 후속 투자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며 "SK온이 수조 원을 더 쏟아붓는다고 해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문도 있다"고 전했다.
외부 투자는 상장과도 연결돼 있다. SK온이 투자자들과 약속한 상장 시점은 2026년 말이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목표치에 부합하지 않고 있다. 회사가 투자자들과 협의해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이유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늦어도 2028년 이전에는 상장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온은 수주잔액을 바탕으로 성장성을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SK온 관계자는 "지난해 말 수주잔액이 전년 대비 약 110조원 증가한 400조원 이상"이라며 "현재 고객사와 증량 협의 중인 물량을 포함하면 수주 물량이 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차원에서도 친환경 사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계열사들은 SK(주)에 마련된 SK 그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친환경에너지, 배터리·소재,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SK그룹은 맥킨지에 배터리 사업 전략을 의뢰했다. SK그룹은 이르면 다음달 발표되는 맥킨지 보고서와 그린 TF 등의 제안을 토대로 사업 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막 기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경영권이나 지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 나현준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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