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아이가 자라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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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앞둔 후배를 회사에서 우연히 만났다.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물었더니 부모님께서 지방에 계셔서 부부가 도우미를 쓰며 오롯이 키울 예정이라고 했다.
요즘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가는데 근로와 육아를 분담해야 하는 등, 부부에게 아이 키우기 어려운 이유를 찾자면 너무 많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속담은 젊은 부부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잘 대변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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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앞둔 후배를 회사에서 우연히 만났다.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물었더니 부모님께서 지방에 계셔서 부부가 도우미를 쓰며 오롯이 키울 예정이라고 했다. 산후조리원이며 도우미 비용이며 물어보는 것마다 만만치 않은 금액에 놀랐다. 부부가 회사 다니며 열심히 벌어도 아이를 낳아 기르기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어려울 것이 뻔한데도 새로운 가족을 만날 생각에 즐거워 보이는 후배가 대견해 보이기까지 했다.
후배 직원과 대화를 하면서 둘째 딸이 세상에 나왔을 때가 생각났다. 회사에서 근무 중에 출산이 임박했다는 연락을 받고 다른 직원에게 업무를 부탁한 뒤 급히 병원으로 갔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회사에서 상사가 찾는다고 연락이 왔다. 출산을 남자가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병원을 갔냐는 당시 상사의 농담은 요즘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년부터는 인도가 제일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중국이 100년 동안 가지고 있던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타이틀이 2023년에 인도로 넘어간 것은 출산율 때문이다. 중국의 출산율이 1.2명 정도로 낮아진 것에 비해 인도는 아직 2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도마저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우리나라도 작년 출산율이 0.65명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인구 증가 우려와 관련한 언론 기사를 쉽게 볼 수 있었고, 우리나라도 1980년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대국민 캠페인 메시지가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저출생 문제가 전 세계적 이슈가 되었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157개나 된다는 기사를 읽고 놀랐다. 요즘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가는데 근로와 육아를 분담해야 하는 등, 부부에게 아이 키우기 어려운 이유를 찾자면 너무 많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속담은 젊은 부부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잘 대변해 주는 듯하다.
우리 회사도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물론, 난임휴직 등 직원들의 출산과 육아를 돕기 위한 복지제도를 운영한다. 또한 이웃 사회를 위해 취약계층 난임치료 지원, 임산부 전용 창구 운영을 비롯해서 상생금융상품 출시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희망재단을 통해 맞벌이 부부들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육아지원 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단순 보육뿐 아니라 금융 교육과 사회성 발달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 인기 있는 공동육아나눔터로 자리 잡았다. 돌봄 지원 사업은 2018년부터 시작하여 현재 150개 센터를 지원했고 올해는 20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로 결심하기엔 여전히 부족할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사회를 위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때다. 은행장으로서 저출생 극복을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삶에서 아이들이 주는 기쁨만큼 가치 있는 것은 찾기 힘들 것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웃는 소리를 들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행복해진다. 길거리와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정상혁 신한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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