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길에서 여자가 살았다

하누리 KBS 기자 2024. 4. 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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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여성 노숙인들은 '피해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이 보도는 '여성 노숙인'에 대한 첫 보도도 단독도 아니다.

주목받지 않아도 기사를 쓴 기자들, 그리고 여성 노숙인 복지를 위해 힘쓴 복지사들과 봉사자들이 있었다.

상 받기 민망하지만, 이를 계기로 여성 노숙인 문제를 더 알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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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회 이달의 기자상] 하누리 KBS 기자 / 기획보도 방송부문
하누리 KBS 기자

우리가 만난 여성 노숙인들은 ‘피해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길 위’의 위험뿐만이 아니었다. 내내 그랬다. 성장 과정에서 돌봄 받지 못했고, 남성들의 성폭행 대상이었고, 남편에게는 맞았다. 일하고 싶어도, 이력서 낼 경험은 없었고 몸은 성치 않았다. 평생 고물을 줍고, 공장에 다녔지만 방 한 칸도 ‘내 것’은 없었다고 했다. 길에 나온 뒤 그 삶은 또 이어졌다. ‘노숙인 대책’ 그 이전에 ‘여성 빈곤’을 돌아볼 문제였다.

하지만 기사와 방송에는 ‘여성 빈곤 대책’을 언급하지 못했다. 지난해 ‘첫 여성 노숙인 예산’이 책정됐지만, 올해 전액 삭감됐다. 그 돈, 단 1억원이었다. 이만큼도 예산을 안 쓰겠다는데, ‘빈곤 대책’까지 갈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 쏟아졌던 시청자들의 ‘기부 문의’ 메일에서, 작은 희망을 찾고 있다.

이 보도는 ‘여성 노숙인’에 대한 첫 보도도 단독도 아니다. 수년 전부터 여성 노숙인 기획 기사를 쓴 타사 선후배들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한 여성 노숙인이 서울역 뒤에서 폭행당해 숨졌다. 한겨레신문이 홀로, 그 기사를 썼다. 그때 나도 사건팀이었다. 소위 ‘나와바리’인데도, 그런 사건과 기사가 있는 것도 모른 채 지나쳤다.

주목받지 않아도 기사를 쓴 기자들, 그리고 여성 노숙인 복지를 위해 힘쓴 복지사들과 봉사자들이 있었다. 이들이 켜켜이 쌓아온 노력이 있어서, 문제를 알고 취재할 수 있었다. 상 받기 민망하지만, 이를 계기로 여성 노숙인 문제를 더 알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함께 고민하고 고생한 오광택 선배, 이종환 선배, 김성미 감독님과 우리 팀원들께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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