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 YTN 사장, 취임하자마자 사과방송… 유진 회장도 호응
"권력에 충성 서약" 비판 나와
라디오 진행자 교체, 보도국장 임면동의제 파기, 20대 대선 보도 대국민 사과, ‘돌발영상’ 불방 등. 김백 YTN 사장이 취임하고 1주일도 안 돼서 일어난 일들이다. ‘공정’과 ‘균형’을 이 모든 일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권력에 대한 충성 서약”에 다름 아니란 비판이 나온다. 그런 김백 사장의 행보에 YTN의 실질적 대주주인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긍정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백 사장은 취임 사흘째인 지난 3일 2022년 대선을 전후한 편파·왜곡·불공정 보도를 사과한다며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전날 사전 녹화한 영상에서 김 사장은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 ‘김만배 녹취록’ 보도와 2021년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이른바 ‘생태탕’ 의혹 보도를 언급하며 “YTN이 ‘묻지마식’ 불공정·편파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사과했다. 이날 녹화는 YTN 직원들에게 사전 공지되지 않은 채 소수의 임직원만 참여한 채 진행됐으며, 다음날 방송 송출 역시 예고 없이 이뤄졌다.
김 사장은 특히 YTN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확인도 없이 보도해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주장하며 “다시는 이런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새로 출발하는 YTN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의 다짐은 곧장 실천으로 이어졌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같은 날 돌발영상에 방송 불가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김승재 보도제작국장은 방송 전 시사에서 영상을 본 뒤 총선 전 특정 정당에 유불리 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불방을 통보했다. 해당 영상은 총선을 1주일 앞두고도 계속되는 네거티브 공방 등을 다루면서 “70 평생 살면서 여러 정부를 경험했지만, 지금처럼 못 하는 정부는 처음”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그 뒤에는 “기억력이 나쁜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였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 국장은 해당 영상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작진은 내용을 일부 수정해서라도 방송하려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국장은 “돌발영상을 어디에도 유리하게 만들지 말라”면서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어려우면 앞으로 제작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풍자성 콘텐츠인 돌발영상은 2003년 첫 방송 이후 YTN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으나, 유독 보수 정권하에서 수난이 잦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방송된 돌발영상이 돌연 인터넷에서 삭제되면서 청와대 외압논란이 일었고, 그로부터 약 반년 뒤 돌발영상 PD가 해고되고 팀장은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인사위원 중 한 명이 김백 사장이었다. 돌발영상 삭제를 지시했던 홍상표 당시 보도국장은 2010년 김백 사장과 나란히 상무이사로 임명됐으나, 넉 달 만에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러 부침 끝에 김백 사장이 총괄상무로 있던 2013년 말 폐지된 돌발영상은 2018년 12월 시즌2로 부활했다. 그러나 보수정권이 들어서고 김백 사장이 돌아온 지금 YTN 내부엔 돌발영상이 다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일방적인 사과방송과 돌발영상 불방으로 종일 떠들썩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30년 YTN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라고 성토한 바로 그다음 날,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YTN 구성원들에게 보낸 첫 편지는 성난 내부 여론을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경선 회장은 4일 아침 YTN 사내 공지와 전 사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YTN과 한 가족이 된 것을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짐과 당부를 전했는데, YTN 기자들 사이에선 “염장질이냐” 등의 날 선 반응이 나왔다.
유 회장은 편지에서 “객관적 진실 보도”와 “공정한 언론”을 강조하며 김백 사장 등 경영진에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언론의 최고경쟁력은 공정성”이라며 “보도방송의 최고전문가들이 훌륭히 경영해 주시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사적 이익을 위하여 YTN 전체의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내부 분열을 초래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YTN지부는 곧장 공개 답장을 띄워 김 사장의 대국민 사과방송과 돌발영상 불방 등이 유 회장 뜻이냐 물었다. 그러면서 “권력에 기대어 YTN 최대주주로 인정받기보다는 YTN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고 국민의 믿음을 받아야 자랑스러운 YTN의 가족이 될 수 있다”고 했다.
YTN 시청자위원들도 우려 목소리를 냈다. YTN 현직 시청자위원 5명은 4일 긴급 연명 성명을 내고 “김백 사장이 YTN을 제대로 경영할 의지가 있는지 전혀 신뢰할 수 없다”며 김 사장이 2008년 YTN 사태 당시 언론탄압 주역으로 비판받은 일에 대해 YTN 구성원과 시청자에 사과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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