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소리 내겠다던 의료계, 이틀 만에 ‘합동 기자회견’ 취소···내분 심화하나

민서영 기자 2024. 4. 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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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엔 같은 뜻
방식 놓고 비대위·차기 회장 입장 차
의정 대화도 다시 안갯속 가능성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브리핑에서 김성근 의협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가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며 4·10 총선 직후로 예고했던 ‘합동 기자회견’이 미뤄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회장 간의 갈등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덴 뜻을 같이하면서도 그 방식에 대해선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물꼬를 트는 듯했던 의정 대화도 다시 안갯속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9일 브리핑에서 “(전공의들끼리) 내용 조율이 덜 된 것 같아서 이번 주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어려울 것 같다”며 “합동 기자회견이 성사될지 안 될지 지금으로선 불투명하지만 가능하면 의료계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말씀드리는 자리를 어떤 형식으로 가져갈 것인지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총선 이후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정부와의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면 의정 대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생겼지만, 박 위원장이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합동 브리핑 진행 합의한 적은 없다”는 글을 올리고, 의협 내부의 엇박자까지 노출되며 연기된 것이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의협의) 규정을 벗어난 주장을 하는 것은 바로 지금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과 같이 절차를 무시한 무리한 주장과 다를 바 없다”며 “당선인은 현재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비대위 회의 석상에서 발언한다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나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민족종교협의회를 방문,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전날 제42대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가 임현택 차기 회장 당선인이 의협 비대위를 이끌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보낸 것에 대한 비대위 측의 입장이다. 회장직 인수위는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임 당선인에게 ‘유감’을 표하며 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혼돈에 빠진 현재의 상황을 수습하고 극복해야 할 정부의 의지는 잘 보이지 않고 의료계의 분열을 노리는 다양한 활동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매우 염려할 만한 상황이나, 이럴 때일수록 의대생, 전공의, 비대위, 차기 집행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에 충실해야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며 “저 김택우는 저에게 주어진 시간까지 전 회원의 뜻을 받들어 비대위원장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비대위 운영이 종료되면 차기 회장과 집행부 체제로 전환된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 비대위 측은 “의료계의 통일된 안은 ‘원점 재검토’”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직역마다 미묘한 입장 차가 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증원하게 되더라도 과학적인 추계를 거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공의들과 임 당선인에 표를 준 개원의들은 증원에 있어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강경파에 가깝다.

현재 정부와 언론 등 공개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지 않은 전공의들은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대화의 장에 나서는 모습 자체를 경계한다. 정부는 지난 8일에도 증원 유예안에 대해 “검토할 계획 없다”고 못을 박았다. 총선 이후엔 비대위와 각을 세웠던 임 당선인의 임기가 곧 시작돼 의협 차원의 대응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라 의정 대화 가능성은 더 요원해졌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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