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총선 후 의사 단일대오 진통…의협 '신구 권력' 엇박자
총선 직후 전공의·의협·교수 합동 기자회견 연기
의사단체들 "의견 조율일 뿐 추후 한목소리"
[더팩트ㅣ조소현·이윤경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선 직후 예정했던 의사단체 합동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임현택 의협 신임 회장 당선인과의 갈등 봉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합동 기자회견을 연기한 것이다. 총선 이후 단일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2000명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에 대응하려던 의사단체들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의협 비대위는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이번 주 기자회견은 어려울 것 같다"며 "가능하면 모든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서 내용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이번 주 목요일, 금요일에는 시기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협 비대위는 총선 직후인 오는 11~12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임 회장 당선인이 당장 의협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하면서 의협 내부 혼선이 빚어졌다. 제42대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전날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때문에 극심한 내외 혼선이 발생했다"고 주장해 의협 비대위와 대립각을 세웠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합동 기자회견에) 합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의사단체들이 통일된 의견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협은 지난 2월17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발표된 이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달 26일 의협 차기 회장 선거를 실시했다. 임 당선인의 임기는 오는 5월1일부터 시작된다. 비대위 규정상 비대위 활동기간은 이달 30일까지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의협 회장 선거를 마치면서 대내외적으로 비대위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비대위는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회원들의 총의를 받들어 의협 대의원회의 의결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비대위원장이나 특정인의 의지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에 따르면 비대위의 구성은 의협 대의원회의 권한이며 대의원회 위임을 받아 운영위원회가 현 비대위원장을 선출했다. 운영규정의 내용상 비대위의 해산 또한 전적으로 대의원회 권한이다. 이런 규정을 벗어난 주장을 하는 것은 바로 지금 정부가 밀어 붙이는 정책과 같이 절차를 무시한 무리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의협 비대위는 추후 합동 기자회견을 연다는 입장이지만 내홍이 심화하면서 의사단체들 단일대오 형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전날 정부 발표를 상기해보면 정부도 왔다갔다하는 게 있었다"며 "대화를 하기 위한 준비가 서로 부족했던 것 같다. 비대위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모여서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의대협과도 논의 중에 있지만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합동 기자회견이 성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어떤 형식으로 입장을 말씀드릴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전협 비대위원장을 두고는 "(합동 기자회견) 거부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아마 대전협 논의 과정에서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왔을 수는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의사단체들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일 뿐 추후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의사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일 뿐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분 조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범석 전의교 비대위 공보담당은 "사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함께 못 모일 이유가 없다. 다만 갑자기 모이자고 하니 시간 조정 등이 더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경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대응팀장은 "대통령도 새로 뽑히면 대통령 인수위원회와 전임 정부가 갈등을 겪지 않냐"며 "(내부 갈등은) 다른 조직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세 사람이 모여서 식사를 할 때도 (음식점을) 어디 갈지 의견이 다르다"며 "내부 의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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