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도 한달 300억 적자"…빅5도 '희망퇴직' 받는다

강승지 기자 2024. 4. 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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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희망퇴직 진행…"이 상태면 올해 4600억 손실"
순천향대천안병원 "자금난 1개월 더 지속되면 휴업 고려"
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4.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대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 50일을 넘어선 가운데 대다수 대학병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한 달만 더 이어지면 폐업하는 병원이 잇따를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다음 달에는 직원 임금조차 주기 어렵다는 병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는 물론 희망퇴직을 제안한 병원도 등장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올 연말 기준 50세 이상이면서 20년 넘게 근무한 일반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전날(8일)부터 오는 19일까지 받기로 했다.

의대증원 사태 발생 이후 빅5 병원 중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는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이다. 이 병원은 지난달 15일부터 비상 운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비상운영체제에 따라 일반직 직원 중 자율적으로 신청을 받는다"며 "희망퇴직은 병원 운영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시행돼 왔고 2019년과 2021년 시행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박승일 병원장은 지난 3일 소속 교수들에게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40일간 의료분야 적자가 511억 원이고, 이 기간 정부의 수가 인상으로 지원된 규모는 17억 원에 불과하다"는 메일을 보냈다.

박 원장은 "상황이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고 가정했을 때 순손실은 (올해) 약 4600억 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고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외에도 빅5 병원으로 꼽히는 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도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2월 1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전국 500병상 이상 전공의 수련병원 50개소의 의료 수입을 조사했더니 전년 대비 4238억 3487만 원(감소율 1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병원당 평균 84억 원인데 10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의료수입액 감소 규모는 평균 224억 7500만 원에 달했다. 큰 병원일수록 경영난이 더 컸던 셈이다.

지난해 말 상급종합병원에서 탈락해 2차 종합병원이 된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지금의 자금난이 1개월만 더 지속되면 월급 지급이 늦어지는 건 물론 병원 휴업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복지부-병원계, 의료 현안 관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4.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순천향대천안병원과 병원 노동조합은 최근 비상 경영에 대한 노사 공동성명을 내고 "매일 수억원 규모의 경영 손실을 낳고 있으며 일터와 직원 생존권은 잠식되고 말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현재 건설 막바지인 새 병원과 중부권 감염병 전문병원 착공도 눈앞에 두고 있어 작금의 현실은 더욱 큰 위기"라며 "생존과 직결된 경영정상화에 하루속히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병원은 이달부터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200명 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충청남도와 천안시도 자체 기금으로 수억원을 지원했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에 여러 병원을 둔 한 대학병원 의료원장은 뉴스1에 "올해 집행해야 할 사업은 다 못 하고 있다. 전공의는 물론, 교수들의 행동을 말릴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루에 10억원, 한 달 250억~300억 원의 손실이다. 국립대병원은 정부 지원이라도 있을 텐데 사립대 병원은 그때 돈 벌어 바로 투입해야 하는데 대다수 대학병원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쭉 이렇게 이어지면 줄도산"이라면서 "정부에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부탁해 뒀다. 무엇보다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마주 앉아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부연했다.

대한병원협회도 최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미리 지급해 달라고 요청하고 수가 현실화 등 보건의료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병원협회의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 요청에 복지부는 "경영 상황 등을 분석, 검토할 수 있도록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는 등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응급실 의료행위 보상 강화 등 월 1882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비상 진료대책을 한 달 연장해 이달까지 지원한다.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재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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