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의-정 갈등 변곡점 맞나…대형병원 구조조정 착수

이지현 2024. 4. 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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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4·10 총선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의대 증원 자체가 이미 교육부로 넘어가 국민에게 알린 상황이라 선거가 끝나더라도 (이를 축소하거나)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개혁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대와 전공의들을 수련하던 상급종합병원들도 선거 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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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두고 여·야·의료계 ‘동상이몽’
“정부 개혁 속도 더 당겨질 것” 예상도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4·10 총선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총선 결과에 따라 방향이 전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그동안 수업을 미뤘던 의대는 정상 수업 준비에 들어갔고 상급종합병은 구조조정에 착수하며 일상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매일 진행해온 정례브리핑을 이날 오전 취소했다. 의-정 갈등이 선거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게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집단행동 8주차에 접어든 상황에서 불편함에도 비상진료체계에 협조해주시는 국민 여러분, 현장을 지켜주고 계신 의료진 한 분 한 분에게 감사드린다”며 “중증·응급환자의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의-정 갈등은 정치적인 쟁점이 아니었다. 여야 모두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한 상태여서다. 하지만 사태가 2개월째 이어지며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정치적 개입을 통해 해결하자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국회에 전공의 및 교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 중재 및 재발방지 입법 촉구를 위해 지난 5일부터 국민동의청원을 진행 중이다. △의료진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국회가 중재하고 △국회가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입법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여당인 국민의힘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개혁이) 한 번에 쉽게 끝내거나 총선에 맞춰서 ‘짜잔’ 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중요한 포인트에서 물꼬를 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전격 만남을 통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여당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야당은 총선 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이후 ‘(가칭)보건의료개혁을 위한 공론화 특위’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다.

의료개혁을 반대해온 의료계는 선거 이후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당이 선거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의료개혁 백지화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정부의 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봤다. 특히 총선이 끝나면 정부가 그동안 예고했던 법 집행 카드를 집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의대 증원 자체가 이미 교육부로 넘어가 국민에게 알린 상황이라 선거가 끝나더라도 (이를 축소하거나)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개혁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대와 전공의들을 수련하던 상급종합병원들도 선거 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진료 및 수술 축소 등에 따라 심각한 재정난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가톨릭대를 제외한 ‘빅5’ 상급종합병원은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8일부터 오는 19일까지 50세 이상이면서 20년 넘게 근무한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축소된 입원과 외래진료가 다시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중장기적인 인력축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상급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데 무한정으로 기다릴 수 없지 않느냐”며 “대형병원들도 이젠 전공의 없이도 병원이 돌아갈 수 있게끔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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