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블록 쌓아둘 자리도 모자라네···10년만의 호황 맞은 ‘K조선’의 과제는

최근 국내 주요 조선소들은 선박용 블록 적치장 공간을 재배치하는 중이다. 선박은 조선소 도크(선박 건조장)에서 최대 300t에 달하는 크고 작은 블록들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조되는데, 최근 수주 풍년으로 조선소에 일감이 넘쳐나면서 블록을 쌓아두던 적치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감이 몰리면서 대부분의 조선소 도크가 ‘풀가동’ 중인 데다 블록을 적치할 곳까지 부족해진 상태”라며 “기존 레이아웃을 재배치하는 등 현장에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10여년간의 길고 긴 침체를 벗어난 ‘K조선’이 본격적인 호황기를 맞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이미 1분기 동안 연간 수주목표치의 상당량을 달성한 상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유럽 소재 선사와 6319억원 규모의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4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 공시했다. 이번에 수주한 VLAC 4척은 HD현대삼호에서 건조해 2028년 7월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이날 수주를 포함하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86척(해양설비 1기 포함) 98억6000만달러를 수주해 올 수주목표치인 135억달러의 73%를 채웠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 선박 18척(38억달러)을 수주해 연간 목표치 97억달러의 39%를 달성했다. 연간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은 한화오션도 선박 12척(23억5000만달러)을 수주했다.
조선 수주가 회복되기 시작한 2021년~2022년 물량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올해 조선 3사는 일제히 흑자를 거둘 것으로도 전망된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한화오션은 영업손실 196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조선 3사가 모두 연간 흑자를 낸다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최근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한국 조선업체들이 기술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9척과 암모니아선 20척을 전량 수주했다. 글로벌 조선업 호황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 새로 건조된 선박의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당분간 조선업계 호황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국 조선업계가 당면한 과제도 뚜렷하다. 눈앞에 닥친 가장 크고 시급한 문제는 조선소 인력난이다. 고질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저임금 등이 겹치면서 조선업계 숙련노동자가 양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선박발주량 4168만CGT(표준환산톤) 중 2493만CGT(60%)를 수주했다. 2위인 한국의 수주량은 1008만CGT(24%)로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1분기 수주량은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2~3분기에는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조선사들은 선가가 비싼 친환경 선박을 선별수주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극대화시키고 있지만,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선박 영역에서도 중국이 기술격차를 좁혀오고 있다.
10~15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을 오가는 조선업의 특성상 다가올 불황에 대비해 ‘안정적인 먹거리’를 찾는 일도 과제다. 조선업계는 최근 에너지 등의 분야로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중개·매매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삼성중공업도 선박 연료공급업과 선박용 천연가스 사업을 사업목적에 넣었다. 한화오션은 최근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한화로부터 해상풍력과 플랜트 사업을 인수받기로 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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