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하루 전인데도 의정 갈등 계속…수업 파행·의료공백 여전(종합)
전국 40개 의대 중 16개교 개강…오지 않는 학생들에 대학들 '고심'
(전국종합=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에도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대학 측은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을 위해 온라인 강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학생들이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전국 40개 의대 중 16개교 수업 중…강의 참석은 미지수
휴학계를 내고 수업에 불참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가능성이 커지자 대학들이 속속 개강하고 있다.
교육부가 8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수업 운영 현황과 계획을 파악한 결과 예과 2학년∼본과 수업 기준 1개 학년이라도 수업을 운영하는 의대는 전국 40개교 중 16개교다.
가천대와 영남대, 인제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한림대 의대 등이 현재 개강했으나 학생들이 여전히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경북대 의대 역시 전날부터 예과와 본과 1∼2년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재개했지만 이날 오전에도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학 측은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출석 처리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의대생들이 얼마나 강의를 들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일부터 수업을 재개한 가천대 관계자는 "초기에는 온라인 수업과 강의실 수업을 병행했지만, 수업에 나오는 학생이 없어 현재는 온라인 수업만 개설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는 15일부터 전남대, 조선대, 경상국립대 등과 22일부터 아주대, 강원대 등 나머지 24개 의대도 순차적으로 수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강원대 관계자는 "타 대학으로부터 '수업 영상이라도 올린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교수님들 진료 일정도 있고, 전공의도 없는 상황에서 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서 동영상 강의 등 원격수업으로 진행하는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주대 의대 재학생들로 이뤄진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글을 올려 "적절한 정책과 투자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의대 정원) 증원은 지역 의료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천명이라는 (증원) 인원이 책정된 근거를 여전히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 목소리를 이어갔다.
수업이 재개됐는데도 학생들이 계속해서 참여를 거부할 경우, 의대생들은 유급을 받을 수도 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다만 대학들은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지 않더라도 당장 유급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충북대 의대 관계자는 "동영상 수강 기간이 오는 8월 31일까지라 그때까지 수업을 들으면 출석이 인정된다"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학생들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교수 재량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끝 안 보이는 의료공백…교수들은 진료 축소·병원은 경영난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응급의료 현장의 혼선도 계속되고 있다.
남아있는 교수들이 심각한 피로를 호소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를 축소하면서 환자들이 줄어 병원의 경영난은 심해지고 있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계명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은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지난 8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와 24시간 근무 후 휴식에 들어갔다.
비대위 교수들은 오는 13일부터 토요일 진료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울산지역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80∼90%가 현장을 이탈해 교수들이 진료와 응급실 당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아직 이들 병원의 경우 응급실 차질 등 큰 혼란은 없다.
전남대병원은 전년동기대비 병상 가동률이 77%에서 51.7%로 떨어졌으며, 외래환자 수는 20% 감소했다. 수술 건수도 48%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대병원은 평시 대비 병상 가동률 70%, 수술 진행률 50%, 외래진료 90%를 유지하고 있지만, 의료진의 피로 누적으로 교수 등의 사직사태가 발생하면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
부산대병원도 수술 건수와 환자 수가 평상시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유사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해 현재 6개 병동이 비어 있는 상태다.
충북대병원 역시 재원 환자 수는 지난 2월 일평균 652명에서 3월 375명으로 40% 줄었고 외래환자 수는 같은 기간 2천126명에서 1천810명으로 14% 감소했다.
중증 장애로 강원대학교병원에서만 수년째 진료를 받는 한 환자의 가족은 "다행히 담당 교수님들로부터 '진료는 축소하지만, 당장은 진료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특별한 상황이 되면 연락을 주시겠다'고 해서 마음 한편에 불안함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교수님들도 뾰족한 해법을 못 찾으신듯하지만, 진료가 연기될수록 '아픈 게 죄'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전북대병원도 초진을 맡던 전공의들 206명 중 대부분이 병원을 떠나면서 관련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전주에 사는 30대 박모 씨는 "어깨 통증이 너무 심해 신경과 검사를 받고 싶어서 전북대병원에 전화했는데, 전공의가 없어서 초진의 경우 검사 예약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 전에는 어떻게든 이 사태가 해결될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는데, 여전히 똑같다. 가장 신뢰하는 대학병원에 갈 수 없으니 화가 난다"며 답답해했다.
(김솔 형민우 박성제 신민재 이강일 장지현 박영서 백나용 정찬욱 이성민 박정헌 나보배 기자)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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