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접경 지역서 패배 후 물자·인력 태국으로 대피
반군부 세력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얀마 군부가 접경 지역에서 패배한 후 물자와 인력을 태국으로 대피시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8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는 미얀마 카렌주 미야와디와 맞닿은 태국 매솟에서 전세기 여러 대가 출발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인 카렌민족연합(KNU)과 태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세기들은 미얀마에서 “민감한 수하물”을 실어올 예정으로, 이는 은행에 보관된 현금성 자산과 문서, 군부 공무원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비롯해 미얀마 군부가 인력과 자산을 태국으로 탈출시키려는 시도가 포착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운항 스케줄에 없었던 항공편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출발해 매솟으로 향했다. 태국 외무부는 양곤-매솟 노선이 3편 추가 승인됐다고 확인했다. 이 중 2편은 추후 미얀마 군부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방콕포스트는 미얀마항공 항공기가 미야와디에서 도망친 공무원과 그 가족들을 싣고 7일 오후 9시20분 매솟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육로로도 승객과 화물을 실은 차량이 미야와디에서 매솟으로 건너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는 미얀마 군부가 미야와디에서 패배한 여파로 보인다. 앞서 미야와디에서 KNU가 미얀마 군부를 상대로 여러 거점을 빼앗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야와디는 모에이강을 사이에 두고 태국 딱주와 접경한 미얀마 동부 지역이다.
지난 6일 KNU는 미야와디에서 군인과 그 가족 617명의 항복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자신들이 미야와디 마을의 약 60~70%를 통제하고 있다고 했으나, 추후 80~90%를 점령했다고 상향했다. 그러면서 KNU와 시민방위군(PDF) 대원들이 군이 버리고 간 기지에서 무기와 탄약을 확보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미얀마 군부의 최근 패배 중 가장 충격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야와디는 군부의 전략적 거점이었으며 태국과의 국경 무역 중심지다. 데이비드 브레너 서섹스대학 교수는 “미야와디 해방은 게임 체인저다. 이는 혁명의 손에 단지 거점 하나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저항의 흐름을 다른 차원으로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군부는 지난 3년 동안 반군부 무장 투쟁에 밀리며 라카인주와 샨주에서도 거점을 상실한 바 있다.
이번 사태의 여파는 강 건너 태국으로도 미칠 전망이다. 일부 미야와디 주민들이 군부의 보복 공습을 우려해 매솟으로 피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쿠데타 이후 매솟은 이미 새로 밀려든 미얀마 난민의 피신처가 된 지 오래다.
한편 태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의 철수에 협력했다는 비판에 처했다. 태국 외무부는 “태국은 차별 없이 인도주의적 원칙에 바탕해 미얀마의 모든 당사자에게 지원을 제공했다”며 군 관련 수송이 아니라 “외교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민간 항공기 반입 요청을 승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태국은 최근 미얀마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야와디와 매솟 국경에 인도주의적 통로를 구축해 미얀마 내부로 구호품을 보냈다. 세타 타위신 총리는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군부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미얀마와 대화를 시작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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