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2차례 인하도 장담 못한다”···美 강한 경제에 금리 불확실성 고조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4. 4. 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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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둔화세 지연·고용 시장 호조에
연내 금리 인하 전망, ‘4회→2회’
월가 일각선 “연내 금리 인하 없을 것”
美 10년물 금리 연내 최고치 기록
3월 CPI에 6월 인하론 지속 여부 갈릴듯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 투자자들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느려진 데다 고용 등 경제도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다.

8일(현지 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기준금리선물시장은 올해 말까지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단 두 차례에 그칠 확률을 32.8%로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전날까지는 세 차례 인하 확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4회 인하가 가장 유력한 전망이었다.

6월 인하 확률도 줄어들었다. 이날 한때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인 5.25∼5.50%에 머무를 가능성이 50.1%를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 정부가 5일 발표한 3월 고용보고서가 시장의 심리를 흔들었다. 당시 고용지표에서 농업 부문을 제외한 미국의 일자리는 30만 300개 늘어나 전망치(20만 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강력한 경제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현재 연준은 과거와 달리 일자리 증가를 물가 상승 요인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이민이 증가해 노동력이 늘어나면서 고용 확대가 곧장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이 주목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은 오히려 고금리에 노동력이 늘어나는데도 실업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3.8%로 전월 3.9%에서 하락했다. 고금리에도 고용 붕괴 우려는커녕 소비가 늘고 기업 투자가 지속된다는 의미다.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만 계속 낮아진다면 금리를 현 상황에서 낮추지 않는 것이 골디락스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마이클 페롤리가 이끄는 JP모건체이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기존 6월에서 7월로 늦췄다. 채권 운용사 핌코도 최근 연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0.25%포인트씩 3회에서 2회로 줄였다. 마자르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조지 라가리아스는 “올해 연내 금리 인하 횟수가 줄어들고 인하 시점이 연말에 몰린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비록 부채와 신용카도로 뒷받침되고는 있지만 경제가 강력하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가 4일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하면 금리 인하가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들 것”이라며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전 연준 부의장인 로저 퍼거슨은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가능성을 10~15%로 평가하기도 했다.

월가에서도 이 같은 시각에 호응하고 나섰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최고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슬록은 “어렵게 볼 것 없이 미국 경제가 전혀 둔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 역시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기본 예측으로 제시하고 있다. 뱅가드의 선임이코노미스트인 샨 라이타타는 “시장은 이미 올 초 연내 일곱 차례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가 점점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시카모어트리캐피털파트너스의 공동 창업자 마크 오카다도 올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만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4.46%로 오르는 등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장기채보다 연준의 금리 결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국채의 경우 금리가 4.79%로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최고치였다.

시장의 관심은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모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전략가인 매슈 혼바흐는 “근원 CPI는 시장의 6월 금리 인하론이 커질지 아니면 줄어들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망치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3월 CPI가 전월 대비 0.3% 올라 지난달(0.4%)보다 오름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년 대비로는 3.5% 상승해 전월 상승률인 3.2%보다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7% 올라 각각 전월치인 0.4%, 3.8%보다 오름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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