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고통받는데…가자지구 통치권 놓고 신경전 벌이는 하마스와 자치정부

손우성 기자 2024. 4. 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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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가자지구 진입 자치정부 인사 체포
자치정부는 ‘하마스 뒷배’ 이란 이례적 비난
“전후 가자지구 권력 공백 막아야” 우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을 양분하는 정치 세력인 자치정부와 하마스가 전후 가자지구 통치권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장기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자치정부와 하마스 모두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자치정부와 하마스가 뿌리 깊은 적대감을 보여주고 있다”며 “전후 가자지구를 통치할 정부가 어떤 형태일지, 그리고 그 통치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자치정부와 하마스는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후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우선 하마스는 지난달 30일 이집트 적신월사 대원들과 함께 가자지구에 들어온 자치정부 정보 관리 6명을 체포했다. 하마스는 자체 선전 매체를 통해 “자치정부 요원들이 가자지구에 혼란과 분열을 심을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앞으로도 자치정부와 연관된 더 많은 인사들을 체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자치정부 관계자는 WSJ에 “우리 관리 2명이 최근 가자지구에서 살해됐는데, 이스라엘이 죽였는지 하마스가 죽였는지 확실하지 않다”며 “하마스는 자치정부를 외세라고 비난하면서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자지구에 자치정부 요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들은 구호품 배급을 돕는 비무장 인력”이라고 반박했다.

하마스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AP연합뉴스

자치정부는 또 최근 하마스 후견인인 이란에 대해 이례적인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자치정부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 외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개입하려는 이란의 시도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WSJ는 이 같은 자치정부와 하마스의 충돌이 전후 가자지구 통치권을 갖기 위한 신경전이라고 분석했다. 팔레스타인은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내전을 겪었고, 이후 자치정부와 집권 여당 파타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가자지구 내 하마스 조직 상당수가 와해하자 미국 등 서방은 자체 개혁을 전제로 자치정부에 통치권을 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치정부와 하마스의 가교 구실을 해온 자치정부 고위 관리 출신 나세르 알키드와는 WSJ에 “하마스는 자치정부가 가자지구 통치권을 장악하기 위해 가자지구로 침투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하마스는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자신들이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진단했다.

양측 갈등에 국제사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의 유엔 고위 관계자는 “유엔은 팔레스타인 내정에 개입하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지만, 전후 가자지구 권력 공백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말했고, 미국의 한 정부 관계자도 “자치정부와 하마스 충돌과 관련된 보고를 계속 받고 있다”며 “안정적인 가자지구 관리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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