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 넓히는 트럼프의 절충안 “임신중지는 주별로 결정”

이본영 기자 2024. 4. 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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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주요 이슈들 중 하나인 임신중지에 관해 "주별로 결정할 문제"라며 장고 끝에 절충을 선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 연설에서 임신중지 문제는 "결국 사람들 뜻에 따라" 각 주가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나는 임신중지가 각 주의 권리의 문제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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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에서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린베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주요 이슈들 중 하나인 임신중지에 관해 “주별로 결정할 문제”라며 장고 끝에 절충을 선택했다. 강경 보수 유권자들을 만족시키는 언행을 자주 하지만 표를 희생시키면서까지 그럴 수는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 연설에서 임신중지 문제는 “결국 사람들 뜻에 따라” 각 주가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별로 임신중지를 불법화하는 기간의 기준이 다르고 “일부 주들은 다른 곳들보다 보수적일 것”이지만 그렇게 놔둬야 한다고 했다. 또 임신중지를 불법화하더라도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나 임신부 생명이 위험한 경우는 예외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신중지에 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는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2022년 6월 연방대법원이 24주까지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49년 만에 폐기하면서 이 문제가 주요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은 헌법과 무관한 임신중지권은 각 주가 법률로 정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공화당 주정부들은 잇따라 임신중지 불법화에 나섰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민주당 진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을 극우 성향으로 기울게 만든 결과라며 이를 쟁점화하고 나섰다.

주별로 임신중지 규제 여부와 정도를 결정하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은 연방대법원과 취지가 같다. 하지만 그가 연방 법률 제정으로 전국적으로 일정 기간 뒤 임신중지를 불법화하자는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기대해온 보수 기독교 진영 등은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앞서 뉴욕 타임스는 그가 전국적으로 15주 미만의 임신중지를 불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다. 기독교 복음주의자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2016년과 2020년에 그에게 투표한 임신중지 합법화 반대론자 수백만명이 뺨을 맞았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나는 임신중지가 각 주의 권리의 문제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은 부동층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차피 자신을 지지할 강경 보수 유권자들을 만족시키기보다는 부동층 표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한 제스처라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자신도 그레이엄 의원 등의 비판에 대해 “많은 훌륭한 공화당 후보들이 이 문제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며 “그레이엄처럼 끈질긴 사람들이 하원, 상원, 심지어 대통령직의 꿈까지 민주당에 넘겨주고 있다”고 응수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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