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먼 JP모건 회장 “2차대전 이후 세계 경제 가장 위험해질 수도”

“AI, 증기기관 발명에 비견…산업 지형 바꿀 것”
“국제질서 공격 받는 중…‘브레턴우즈 체제’ 재구상할 적기”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잇따른 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회장은 8일(현지 시각) 공개한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을 언급하며 "최근 사건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진 어떤 일도 압도할 수 있는 위험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에 가해진 끔찍한 공격과 중동에서 지속되는 폭력 사태 또한 안전이 보장된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는 가정들을 무너뜨렸다"며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쟁은 훨씬 더 나빠질 수 있고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퍼질 수 있다"고 짚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이전까지 전 세계가 전반적으로 더 강하고 안전해지고 있던 흐름이 뒤바뀌었다고 다이먼 회장은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인 핵 무기의 망령이 최후의 결정자로부터 떠돌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최선의 보호책은 지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다이먼 회장은 올해 가장 주요한 이슈 중 하나로 인공지능(AI)의 영향을 꼽으며, AI를 증기기관의 발명에 비유해 산업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AI가 가져올 결과는 인쇄술,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 인터넷 등 과거 수백 년간 이뤄온 주요 기술의 발명만큼이나 혁신적이고 놀라울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JP모건체이스는 2000명이 넘는 AI 및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를 고용했으며 AI 기술을 마케팅, 사기 및 위험 감지 등 400개 이상의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다이먼 회장은 "시간이 지나면 AI 사용이 사실상 모든 일을 보강하고 회사의 인력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기대한다"며 "특정 직종이나 역할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다른 직종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또 물가 상승압력이 다시 거세질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재정지출, 재무장화, 세계무역질서 재편, 녹색경제 자본 수요, 에너지 인프라 투자 부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미 증시와 회사채 시장에 대해서는 과도한 낙관론에 기반해 고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다이먼 회장은 "대부분 평가척도에서 현재 주가는 평가가치 범주의 상단에 위치하고 있고, 회사채 스프레드(회사채와 미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 또한 극도로 작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은 경제 연착륙 가능성을 70∼80%로 반영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 그 확률은 그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만약 장기채 금리가 6% 이상으로 상승하고, 경기침체까지 수반한다면 은행 시스템뿐만 아니라 부채가 많은 기업에 많은 어려움이 수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권 수익률이 2%포인트가량 상승할 경우 주식 등 금융자산 가치가 20%가량 하락하고, 오피스 부동산 시장은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다이먼 회장은 내다봤다.

한편, 다이먼 회장은 현재 국제질서를 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새 브레턴우즈 체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2차대전 종식 후 성립된 체제로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떠받치며 미국에 세계 경제 패권을 쥐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기관으로 여겨진다.

다이먼 회장은 "2차대전 후 서방이 구축한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는 자체적인 실패와 복잡해진 세계를 따라가지 못해 외부 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으며 점점 더 약화하고 있다"며 "지금이 바로 브레턴우즈 체제를 재구상할 적기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