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넘나든다…관객과 호흡하는 뮤지컬 인기

서정민 기자 2024. 4. 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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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전부터 객석 통로에서 배우들이 노닌다.

관객 몰입형·참여형을 뜻하는 이머시브 공연은 무대와 객석 경계를 없애거나 넘나드는 형태를 취한다.

이번 공연에선 주인공 헤드윅이 객석 의자 팔걸이를 밟고 관객 위에 올라가 자동세차기의 늘어진 타월처럼 몸을 흔들며 춤추는 '카워시' 장면이 부활했다.

지난달 30일 공연에선 유연석이 연기한 헤드윅이 군복을 입은 한 관객을 덮쳐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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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코멧’ ‘헤드윅’ 등 이머시브 요소 눈길
이머시브 뮤지컬을 표방하는 ‘그레이트 코멧’ 장면. 쇼노트 제공

공연 시작 전부터 객석 통로에서 배우들이 노닌다. 악기를 연주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말도 붙인다. 무대는 더 특이하다. 7개의 원형 무대가 단차를 두고 층층이 겹친 형태. 그중 2개의 원형 무대 안에는 객석이 들어가 있다. 무대 뒤편에도 야구장 외야석 같은 객석이 있다.

막이 오르면 공연장 전체가 들썩인다. 배우들은 여러 원형 무대를 가로지르며 춤추고 노래한다.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아예 관객을 무대에 올려 함께 춤추고 포옹하는 등 극의 일부로 만들기도 한다. 객석 통로에서도 앙상블 배우인지 연주자인지 구분하기 힘든 이들이 돌아다니며 악기를 연주하고 춤추고 노래한다.

지난달 26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개막한 ‘그레이트 코멧’(6월16일까지)은 이머시브 뮤지컬을 표방한다. 관객 몰입형·참여형을 뜻하는 이머시브 공연은 무대와 객석 경계를 없애거나 넘나드는 형태를 취한다. 관객이 수동적으로 관람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 참여를 통해 공연의 일부로 녹아든다.

이머시브 뮤지컬을 표방하는 ‘그레이트 코멧’ 장면. 쇼노트 제공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 2권 5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그레이트 코멧’은 2012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2016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독특한 무대와 형식, 클래식·일렉트로닉·힙합·록을 아우르는 음악 등으로 호평받았다. 국내에선 2021년 초연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탓에 관객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이머시브 요소를 줄였다. 이후 팬데믹이 끝나고 재연을 올리면서 본래 매력을 되살린 것이다.

이머시브 공연은 아니지만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헤드윅’(6월23일까지)도 관객과 밀접하게 교감하면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주인공 헤드윅이 객석 의자 팔걸이를 밟고 관객 위에 올라가 자동세차기의 늘어진 타월처럼 몸을 흔들며 춤추는 ‘카워시’ 장면이 부활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공연 때는 없앴던 장면이다.

헤드윅이 객석 통로를 지나다니며 관객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특정 관객에게 다가가 입 맞추려 하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공연에선 유연석이 연기한 헤드윅이 군복을 입은 한 관객을 덮쳐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해당 관객은 “휴가 나왔다가 부대 복귀하는 길에 공연 보러 왔다. 헤드윅이 내게 다가오는 꿈까지 꿨는데, 현실이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헤드윅’에선 통로 자리가 인기다.

뮤지컬 ‘헤드윅’ 장면. 쇼노트 제공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머시브 요소를 갖춘 뮤지컬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트렌드 분석 사이트 랭키파이가 4월 첫째 주 공개한 국내 공연 뮤지컬 트렌드지수 분석 결과를 보면, 1위 ‘헤드윅, 2위 ‘그레이트 코멧’ 순이다. 요즘 이들 공연의 화제성이 두드러진다는 뜻이다.

사실 이머시브 시어터(공연) 바람은 팬데믹 이전부터 불었다. 서구에서 이머시브 시어터가 상업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영국 극단 펀치드렁크의 ‘슬립 노 모어’가 2011년 미국 뉴욕에서 공연되면서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호텔에서 배우들이 돌아다니며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연기하면 관객들도 가면을 쓰고 방방마다 돌아다니며 관람한다.

국내에선 2019년 12월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가 서울 중구 그레뱅 뮤지엄에 꾸민 ‘개츠비 맨션’에서 막을 올려 본격적인 붐을 기대했으나, 곧바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그럼에도 시도는 계속됐다. 창작가무극 ‘금란방’은 2022년 이머시브 형식으로 재탄생했다. 같은 해 우란문화재단 뮤지컬 ‘동네’도 이머시브 요소를 적극 도입했다. 특히 소극장 뮤지컬에서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연 이후 올해 재연 중인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 ‘오즈’에는 배우과 관객이 편을 이뤄 게임을 하는 장면도 있다.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적 동향이나 우리 관객들 성향을 봤을 때 국내 이머시브 공연은 더 다양한 장르에서 더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외국에서 성공한 이머시브 공연이 국내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국내 관객층과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간성과 문화·역사·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면서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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