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타자로 가는 ‘곡선 주로’···ABS 만난 문현빈의 ‘순출루율’ 진화

안승호 기자 2024. 4. 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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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문현빈이 지난 주말 고척 키움전에서 3루를 돌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한화는 지난 8일 정은원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정은원은 시즌 개막을 톱타자로 맞았으나 타율 0.193(21타수 3안타)의 부진 끝에 다시 조율 기간을 갖기로 했다. 한화는 정은원이 개막과 함께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자 최인호를 1번타자로 대체한 뒤 지난말 홈 개막 시리즈부터는 입단 2년차 문현빈을 1번타자로 내세우고 있다.

당초 문현빈은 톱타자 후보로 앞순위가 아니었다. 타석에서 방망이를 적극적으로 내는 성향으로 지난해 이력으로는 타율에 비해 출루율이 높지 않은 점 등이 1번타자로는 적격이 아니라는 내부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현빈은 지난해 타율 0.266을 기록한 가운데 출루율 0.324를 올렸다. 타율과 출루율 차이가 0.058로 리그 전체 평균 0.075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보였다.

그러나 이제 막 20대 나이로 접어드는 젊은 선수의 성장은 예단할 일이 아니다. 문현빈은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이 도입된 올시즌 선구안에서 비약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안타 생산 속도가 떨어지며 타율은 0.265(43타수 13안타)로 내려앉았으나 출루율 0.383으로 톱타자로 뛸 수 있는 기본 방향성을 잃지 않고 있다.

아직 13경기를 뛰었을 뿐이지만 ‘순출루율’로도 부르는 타율과 출루율 차이가 0.118에 이른다. 무엇보다 60타석에 볼넷을 10개나 골라냈다. 지난해 137경기를 뛰며 481타석에서 볼넷이 33개만 얻어낸 것과 비교하면 도드라진 변화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문현빈이 ABS에 맞춰 자기 존 설정이 선명해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문현빈은 스트라이크존과 비슷하면 방망이를 내는 ‘배드볼 히터’에 가까웠지만, 올해 들어 조금 더 골라 치는 선수안이 생기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 문현빈이 지난 7일 고척 키움전에서 우월 홈런을 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문현빈. 한화 이글스 제공



문현빈이 성장의 방향성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있다면, 한화는 개막 이전부터 내다본 주요 숙제 가운데 하나를 해결할 수 있다. 전체 전력의 업그레이드를 이루고 시즌을 맞은 한화는 경쟁력 있는 1번타자 확보와 주전 중견수 발굴, 그리고 최적의 불펜진 구성 등을 과제로 새 시즌을 맞은 상태였다. 이중 똘똘한 1번 카드를 쥐게 되면 새 외국인타자 요나단 페라자의 가세와 FA 안치홍의 합류와 시너지를 내 중심타선의 대변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문현빈은 ‘곡선 주로’를 돌듯 고난의 한 주를 보내고 잠실 두산전을 시작으로 새 주간을 맞고 있다. 지난 주말 키움과 고척 시리즈에서는 시즌 마수걸이 홈런도 쳤지만, 결정적 승부처에서 병살타로 기록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프로야구는 마라톤 같은 장기레이스다. 최후의 성패는 거대한 방향성을 끌고 갈 수 있을지 여부로 갈린다. 일단 문현빈은 뚜벅뚜벅 그곳을 보고 가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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