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지만…” 광주 곳곳에 배달된 꽃게 상자, 수거 나선 이유

김자아 기자 2024. 4. 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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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시민이 광주 서부소방서 염주센터에 기부한 꽃게 선물 모습. /광주 서부소방서 제공

광주 관서 곳곳에 익명의 시민이 마음을 담아 보낸 꽃게 상자가 배달된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꽃게를 전달받은 경찰과 소방 당국은 원칙상 공직자는 위문품 성격의 물건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고심 끝에 반환 처리하기로 했다.

9일 광주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119 안전센터와 인근 지구대 30곳에 2㎏짜리 생물 꽃게 상자가 각각 배달됐다. 이 외 병원 응급실, 보육원 등까지 꽃게 상자가 배달된 곳은 총 280여곳으로 알려졌다.

익명으로 배달된 상자 위에는 A4용지 1장짜리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광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작은 사업체’라고 소개한 익명의 기부자는 “항상 저희를 위해 고생하시는 소방관님과 경찰관님께 작지만 마음을 담아 (활)암꽃게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어 “맛있게 드시고 더욱더 힘내시라고 문 앞에 두고 간다”며 추신으로 “농수산물이기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도 걸리지 않으니 편하게 드셔 달라”라고 덧붙였다.

익명의 기부자가 꽃게 상자와 함께 남긴 편./광주 경찰

기부자의 취지와 달리 경찰과 소방 당국은 관련 규정과 법률을 검토한 결과 이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무원 행동강령, 기부금품 및 모집의 사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경찰 및 소방 공무원은 행정 목적이 아닌 위문품 성격의 물건을 받을 수 없다.

다른 기관에 기증하는 방법도 있지만, 살아있는 꽃게가 전달 과정에서 상할 우려가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날(8일) 오후 기부자와 연락이 닿아 지구대 등으로부터 꽃게를 수거해 모두 반환하기로 했다.

소방은 이날까지 119 안전센터로 배달된 꽃게 상자의 개수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광주시 기부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꽃게 반환 등 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전한다. 다만 경찰은 원칙상 어떠한 위문품도 받을 수 없다. 절차에 따라 반환토록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소방 관계자도 “소방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소방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더욱더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수거된 꽃게는 모두 냉동 보관하다 기부심사위원회를 통한 적절한 방안이 나올 경우 결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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