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위 2가구에 수십만명”… 또 로또 청약

김영주 기자 2024. 4. 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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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계약이나 미분양 물량으로 나온 잔여 세대를 청약통장 유무와 무주택 여부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는 '무순위 청약'에 수십만 명이 예사로 몰리며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승 속에서 청약제도와 부동산 규제가 얽히고설켜 주택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청약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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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 시세차익에 경쟁률 높아
강남 아이파크는 33만대1 기록
“무주택자 등으로 자격제한 필요”
서울 청약 합격선 65점으로 급등
서초 메이플자이 당첨자는 79점

미계약이나 미분양 물량으로 나온 잔여 세대를 청약통장 유무와 무주택 여부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는 ‘무순위 청약’에 수십만 명이 예사로 몰리며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승 속에서 청약제도와 부동산 규제가 얽히고설켜 주택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청약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 가점 합격선은 65점대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인 리얼투데이가 서울 아파트 당첨 가점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청약 최저 당첨 가점 평균이 65.78점(84점 만점)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 52.22점에서 13.56점 증가한 수치다. 지난 1분기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자체가 적은 풍선효과로 인해 이들 단지에 수요자가 몰리면서 경쟁률이 치솟았다. 지난 2월 분양한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59㎡B형 2가구의 1순위 청약엔 6635명이 몰렸다. 당첨자 2명은 가점이 79점이었다. 메이플자이는 평당 6800만 원대의 역대 최고 분양가가 책정됐으나 강남3구와 용산구에만 적용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덕분에 최소 10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는 로또 청약으로 불렸다.

주요 무순위 청약의 경쟁률은 분양가상한제 지역보다 훨씬 높다. 수년 전 분양가로 청약이 이뤄져 최소 수억 원의 안전 마진이 보장된 데다 다주택자나 청약통장이 없거나 가점이 낮은 전국 수요자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경기 하남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 2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무려 57만7500명이 몰려 경쟁률이 28만8750대 1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만 101만여 명이 몰린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와 21만여 명이 몰린 고양시 덕은동 DMC 한강자이더헤리티지 등 불붙은 무순위 청약 광풍이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하며 이어지고 있다.

청약 시장의 과열이 실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로또가 잘 팔리냐 안 팔리냐를 보고 경제 흐름을 예측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다만 청약 시장이 당초 취지와 달리 지나치게 사행성으로 흐르는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시세 차익을 거두려 다 청약 신청을 하니 집 없는 사람들은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자격 요건을 무주택자 등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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