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선택이 ‘국민의 내일’ 좌우한다[시평]

2024. 4. 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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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정치적 한풀이 후보는 부적격
범죄자의 명예회복 운운 황당
부동산 전관예우 비리도 심각
여성 비하 망언 해놓고 버티기
이대로 두면 망국적 국회 예고
최악 후보 걸러내는 투표 중요

유권자의 시간이다. 지난 5, 6일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는 총선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보였다. 전국 3565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가운데 1384만9043명이 참여해 사전투표율은 31.28%를 기록했다. 전국단위 선거로는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 사상 두 번째로 높았고, 총선만 비교하면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2020년의 제21대 총선(26.69%)보다 4.59%포인트(p)나 올랐다.

내일 전국에서 제22대 총선 본투표가 진행된다. 유권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줄 때다. 유권자의 힘은 투표에서 나온다. 유권자의 행동이 필요하고, 그 출발은 투표 참여다. 벌써 ‘사상 최악으로 전망되는 국회’라고들 한다. ‘교착과 파행 그리고 대립과 갈등의 국회’가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내일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첫째, 헌정 파행과 정치적 한풀이가 국회의원의 최우선 목표는 아니다. “아홉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독재정권 없다”며 “이제는 멈춰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더 강하게, 더 빠르게, 선명하게 행동하겠다”고 말한다.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 단축을 말한다.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조기 종식이라는 국민적 바람을 대변한다”고 자임한다. “대한민국이 더 망가지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게 그 이유다. “검사 독재의 조기 종식”을 내세운 비례 1번 후보는 “국회에 가면 가장 먼저 할 일로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 결의안을 내겠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정치를 그만두면 나도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도 약속한다.

더 안타까운 일은, 공공연히 탄핵이 언급되는데도 반향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수 국민이 대통령 탄핵을 원하지는 않지만, 적은 수라도 공감하는 유권자는 있다. 원인 제공의 책임은 분명하다. 임기 단축과 탄핵을 내세우는 게 지지율로 나타나게 한 것은 대통령과 여당의 잘못이다. 그들을 불러낸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일이다.

둘째, 기소되거나 재판 중이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후보들은 아니다. 기소돼 재판 중인 사람은 물론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있고, 2심에서 이미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둔 사람도 있다. “비법률적 방식”의 정치적 명예회복으로 합리화돼서는 곤란하다.

셋째, 일반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비례 1번 후보는 “(전관예우) 착수금을 검사장 출신은 5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받는다”며 “전관으로 한다면 160억 원을 벌었어야 한다”고 변명하고, 당 대표는 “윤석열 검찰 체제로부터 혜택을 받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그를 옹호한다. ‘그들만의 리그’다. 부동산 편법 또는 사기 대출 의혹을 산 후보와 개발 예정지 주택의 매입과 증여를 한 후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버티고 있다.

넷째, 국회는 ‘아무 말 대잔치’하는 곳이 아니다. 말과 행동은 어떤 인식과 태도를 갖고 있는지 상징한다. 어떤 의정활동을 할지도 짐작하게 한다. 만약 당선되면 면책특권도 갖게 된다.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 씨가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 상납시켰다”거나 “관동군이던 박정희가 종군위안부와 성관계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은 상식도 근거도 없는 망언(妄言)이다. 지금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 강성 지지층을 향해 흥분과 분노를 자극하는 선동 정치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라는 악순환의 입구다. 그래서 충성파 전사들로 구성될 국회가 걱정되는 것이다.

다섯째,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국가적 과제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논의,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회여야 한다. 그 출발점은 책임과 반성 그리고 성찰이다. 미래의 다짐과 약속은 그다음이다.

끝으로, 정치 복원과 공동체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누가 쇄신과 변화의 약속을 실천하려는 의지와 실현 가능성을 보여 주느냐가 핵심이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과 차악이라도 가려내야 한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도저히 못 봐주겠다면 투표장에 가서 무(無)기표라도 행사해야 한다. ‘4류 정치’의 오명을 벗어날 출발점이라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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