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스페인 경제, ‘굴뚝 없는 산업’으로 날개 달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는 구글·아마존 등 모바일 분야 글로벌 기업 등 전세계 2700개 기업이 참가했다. 참관객 수는 전년 대비 13.5% 증가한 10만1000명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지난해 MWC로 바르셀로나가 나흘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4억6000만 유로(약 6665억원)이고, 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제조업 기반이 약한 스페인에서 ‘굴뚝 없는 산업’으로 꼽히는 MICE(부가가치가 큰 복합 전시 산업)와 관광 산업은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국제컨벤션협회(ICCA)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스페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제행사를 개최한 국가다. 스페인 정부는 도시의 고유한 특성에 부합하는 MICE 행사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럽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바르셀로나는 모바일·스마트시티·바이오의료 등 세계적인 첨단 산업 전시회를 개최하고, 마드리드에서는 관광대국 수도라는 명성답게 세계 3대 관광 박람회인 ‘스페인 국제관광박람회(Fitur)’를 개최해 매년 25만명 이상 참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처럼 스페인은 전략적 도시 브랜딩을 통해 전시회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는 국가와 지자체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MWC 전시회 기간에는 호텔·식당·차량 예약을 위해 기업인들 사이에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진다.

바르셀로나 전역의 호텔 가격은 평소 대비 2~3배 이상 급등하며, 시내 주요 유명 식당들은 평소보다 비싼 ‘MWC 메뉴’를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전시회 기간 동안 바르셀로나 호텔·외식산업의 예상 매출액은 1억 유로(약 1449억원)가 넘는다.

스페인의 또다른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관광 산업이다. 화창한 날씨·문화·예술·자연 등 풍부한 관광자원과 호텔·교통·식당 등 우수한 관광 인프라는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하다.

스페인 경제에서 관광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다. 관광업의 호불황에 따라 국가 경제가 휘청인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당시 스페인 경제성장률은 -11.2%를 기록하며, 주변 유럽 국가들보다 더욱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2023년 스페인 관광객수는 역대 최고치(8510만명)를 올리며 사상 처음으로 전세계 외국인 방문객 1위 국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한 해동안 스페인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총 지출액은 1087억 유로(약 157조원)에 달했다.

현재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고물가 및 에너지 위기 등은 유럽 주요 국가들의 경제 성장에 먹구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스페인은 MICE·관광 산업 호황으로 올해 유로존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1.8%)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는 계절에 영향 받지 않는 지속가능한 관광 프로그램과 국가 전역에 숨겨진 지역의 관광객 유치를 위해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확대 될 스페인의 굴뚝 없는 산업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종호 코트라 마드리드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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